鄭통일 “主敵 개념 달라져야” 이종석 “다른 나라는 안써”

  • 입력 2004년 11월 17일 18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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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鄭東泳) 통일부 장관 겸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의장은 17일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에서 “남북정상회담 개최 등 달라진 남북관계 환경을 생각해서 주적(主敵) 개념은 달라져야 한다”며 “국방백서에서 다른 용어로 서술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정 장관의 이날 발언은 윤광웅(尹光雄) 국방부 장관이 12일 “국방부가 주적 표현을 쓰는 것은 언어도단”이라고 말한 사실이 16일 공개된 지 하루 만이다.

그동안 정부 관계자들은 간간이 주적 개념에 대한 반대 의사를 나타내면서도 논쟁을 피하기 위해 발언 횟수와 수위를 조절해 왔다.

올 3월 NSC가 주적 개념을 뺀 ‘참여정부의 안보정책 구상’ 책자를 발간했을 때도 NSC는 “주적 개념은 논의 중”이라고만 밝혔다. 당시 국방부도 “국방백서는 안보정책 구상의 하위문서”라며 즉답을 피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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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정 장관은 이날 “주적 개념은 6·25전쟁 후 계속 사용해 온 것도 아니고, 1994년 국방백서에 느닷없이 들어간 것이다. 탈냉전시대에 어느 나라도 특정 국가를 주적으로 지칭해서 방위전략을 펴는 나라는 없다”며 주적 개념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종석(李鍾奭) NSC 사무차장도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전 세계적으로 위협 대상을 주적이라고 한 나라는 없다”고 가세했다.

이 때문에 외교안보부처내에서는 “정부가 주적 개념 삭제를 위한 전방위 작업에 착수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2004년판 국방백서가 내년 1월 발간될 예정이기 때문에 애매한 입장을 취하기보다 주적 개념의 삭제 방침을 확실히 밝히고, 앞으로 한두 달간 적극적으로 삭제 필요성을 홍보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을 했다는 것.

그러나 야당과 보수단체 등의 반발로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 전여옥(田麗玉) 대변인은 “주적 개념 삭제는 국방의 기본 개념 자체를 포기한, 심각하고도 중대한 행위”라며 “핵무기를 개발하는 북한은 우리 사회체제는 물론 국민의 생명과 재산에 대한 최대의 위협”이라고 강조했다. 한나라당 내 강경보수 성향 의원 모임인 자유포럼도 이날 성명을 내고 주적 개념 삭제 방침을 비난했다.

군은 먼저 나서서 삭제 필요성을 홍보하기는 어렵다는 분위기다. 국방부 관계자는 “주적 개념은 국방부가 아닌 NSC나 청와대 차원에서 결정할 문제”라며 “상당수 장성들은 주적 개념이 필요하다는 예비역 장성 그룹 및 야당 등 보수층과 대립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전했다.

최호원기자 bes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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