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채 신부 “국정혼란 원인은 권력핵심의 386”

  • 입력 2004년 11월 9일 18시 27분


“노무현(盧武鉉) 정부 출범 후 국민 분열이 계속되고 있다. 국민 대다수가 죽겠다고 아우성인데도 열린우리당과 정부는 이른바 4대 입법에만 매달리고 있다. 민심은 안중에도 없고 자기들의 이상에 도취돼 독선과 아집, 반민주적 행태를 서슴지 않고 있다.”

가톨릭 원로인 정의채(鄭義采·79·서강대 석좌교수) 신부가 9일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 열린 서울대교구 평신도사도직협의회 주최 하상신앙대학 강연회에서 현 정부의 실정(失政)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두 시간에 걸친 정 신부의 강연을 경청한 500여명의 청중은 강연이 끝나자 두 차례나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난국의 원인=정 신부는 경제난 심화와 국론 분열의 근본원인으로 노 대통령의 잘못된 인사를 꼽았다. 권력지향적이고 이념편향적인 386세대식 사고를 가진 사람들을 권력 핵심에 앉히는 바람에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서강대와 가톨릭대에서 45년간 교수로 재직한 정 신부는 “정권 핵심에 있는 386세대는 무능 무지 무경험한 탓에 아직도 사회주의 이념에 사로잡혀 있는 수구 중의 수구”라고 꼬집었다. 정부가 사회주의 논리에 가까운 정책을 추진하는 바람에 경제가 추락하고 있다는 게 정 신부의 진단이다.

정 신부는 또 국회 공전의 빌미를 제공한 이해찬(李海瓚) 국무총리의 폭언과 관련해선 “인간성이 결여된 데다 부분만 볼 뿐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안목이나 능력과 인품이 없기 때문에 빚어진 일”이라고 질타했다.

▽4대 입법 무리수=정 신부는 정부 여당이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과거사 규명법 제정, 언론관련법 개정, 사립학교법 개정 등 4대 입법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한 뒤 “민생이 최악인 상황에서 이런 것에 국력을 쏟아 부을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국보법에 의한 피해자가 거의 없어진 최근 상황과 적화통일 이념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북한의 태도를 감안할 때 여론 분열을 감수하면서까지 국보법 폐지에 집착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사립학교법 개정에 대해서는 “사립학교의 설립 취지를 무시한 채 전교조의 구미에 맞게 법을 개정하면 종교계 사학재단의 무서운 저항에 부닥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일제강점기에 큰아버지가 독립운동을 하다 옥사하는 바람에 집안이 쇠락하는 아픔을 겪었다는 정 신부는 “개인적인 아픔에도 불구하고 과거사 규명 문제는 학문적 연구를 통해 진실을 밝혀내는 것이 옳은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정부가 법으로 주요 신문의 부수를 조정하려는 것은 자유민주주의의 기본권인 언론의 자유를 제한하고 독자들의 선택권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정권에 대해 비판적인 동아 조선일보에 대해서는 규제를 가하고 자기에게 유리한 TV나 신문들에는 호의적인 정부의 이중적 정책은 결코 용납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대안=정 신부는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여야를 비롯한 국민 모두가 변화해서 통합의 길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노 대통령은 길을 잘못 드는 필마(匹馬)를 버리고 숙련된 준마(駿馬)로 바꿔 타야한다”면서 대폭적인 측근 물갈이 인사 단행을 촉구했다.

정 신부는 1953년 사제 서품을 받은 뒤 이탈리아 우르바노대에서 중세철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명동성당 주임신부와 가톨릭대 총장을 지냈다.

김차수기자 kim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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