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푸틴 정상회담]한-러 ‘외교 악연’ 이젠 끊길까

  • 입력 2004년 9월 21일 18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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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러시아간의 악연의 고리가 이제는 끊어질 수 있을까.

21일 한-러 정상회담에서 양국관계가 ‘포괄적 동반자관계’로 한 단계 격상된 것을 계기로 이런 기대가 확산되고 있다.

우선 한-러 수교(1990년) 직후 두 나라 관계는 초창기부터 황당한 사건이 잇따랐다.

92년 11월 당시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은 옛 소련에 의해 격추된 대한항공 007기의 블랙박스를 깜짝 선물로 한국측에 전달했다. 그러나 그 블랙박스는 핵심인 비행자료기록장치(FDR) 테이프가 없는 빈껍데기였다.

1996년 10월 한국의 최덕근(崔德根) 영사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피살됐다. 정부는 이를 북한특수공작원의 소행으로 판단했으나 러시아측은 북한과의 관계를 고려해 수사에 적극성을 보이지 않았다.

국민의 정부 출범 직후인 1998년 7월엔 양국간 외교관 맞추방 사건이 일어났다. 그 여파로 박정수(朴定洙) 외교통상부 장관이 물러났다.

2001년 2월 한러 정상회담 공동보도문에는 ‘탄도탄요격미사일(ABM) 제한조약의 보존 강화’ 문구가 포함되면서 이 조약의 폐기를 기정사실화해 온 조지 W 부시 미국 행정부측의 반발을 샀다. 이 사건으로 당시 이정빈(李廷彬) 외교부 장관도 교체되자 ‘러시아는 한국 외교부 장관의 무덤’이란 말이 돌기도 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도 당초엔 ‘정부 출범 첫 해에 주변 4강 방문을 마친다’는 원칙 아래 지난해에 실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유독 러시아와는 일정이 맞지 않아 해를 넘겼다는 후문이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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