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5단체-열린우리 '냉랭한 만남'

  • 입력 2004년 8월 18일 18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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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국회에서 열린 열린우리당과의 간담회에서 강신호 전경련회장(오른쪽에서 두번째), 김재철 무역협회장(맨 오른쪽) 등 경제 5단체 관계자들은 정부여당에 경제를 살리기 위한 사고의 전환을 촉구했다.- 서영수기자
18일 국회에서 열린 열린우리당과의 간담회에서 강신호 전경련회장(오른쪽에서 두번째), 김재철 무역협회장(맨 오른쪽) 등 경제 5단체 관계자들은 정부여당에 경제를 살리기 위한 사고의 전환을 촉구했다.- 서영수기자
18일 국회에서 열린 열린우리당과 경제5단체의 간담회에선 정부 여당의 ‘반(反)기업 정서, 반시장주의 경제’에 대한 경제인들의 쓴소리와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반박성 발언이 이어져 냉랭한 기운이 감돌았다.

열린우리당 천정배 원내대표가 인사말에서 “기업의 애로사항에 대해 잘 알고 있지만 참여정부의 경제철학에 어긋나거나 시장개혁 방침에 어긋나는 정책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자 재계의 쌓인 불만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현명관(玄明官)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은 “시장경제 원리가 작동하지 않으면 경제 흐름에 대한 예측이 불가능하고 안정적 투자가 불가능하다”며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이사회 회의록 공개, 공직자 재산 공개 등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현 부회장은 “돈이 시중에 떠돌아다니고 있지만 불안해서 부동산이나 증권에 투자할 수 없다”며 “기업 제한을 과감하게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재철(金在哲) 한국무역협회 회장은 “기업은 이미지가 중요한데 기업인을 잠재적 범죄자 취급하는 분위기는 국가의 손해”라고 말했다. 그는 “경제는 타는 모닥불이라 타도록 놔 둬야지 건드리면 타지 않는다”며 “우리나라는 오만가지 규제 때문에 타지 않는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재계는 출자총액제한제와 금융계열사 의결권 제한을 대표적인 규제 조치로 꼽았다.

이수영(李秀永)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정부 여당이 ‘기회 균등’이라는 좋은 뜻으로 가고 있지만, (기회 균등이) 결과의 평등으로 비치고 있다는 점이 문제”라며 “경제 문제를 전면에 세우고 다른 것은 조용하게 해 달라”고 주문했다.

정부 여당의 반시장적 정책과 ‘경제 후순위’ 마인드 때문에 경제에 전념할 수 있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되기 어렵다는 논리였다. 재계는 이날 50여쪽의 ‘주요 경제 현안 건의서’를 통해 금융회사 의결권행사 한도 축소 철회, 공정위의 계좌추적권 재도입 철회, 쟁의행위 기간 중 대체근로 허용 등을 요구했다.

하지만 열린우리당측의 답변은 재계 기대에 훨씬 못 미쳤다.

천 대표는 출자총액제한제에 대해 “철폐는 힘들다”고 못 박았다. 국회 정무위원장인 김희선(金希宣) 의원은 “재벌들은 출자총액제와 상관없이 투자여력이 있는데 기회 있을 때마다 주장하는 것은 다른 배경이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는 “학계나 시민단체에서는 재벌총수에 대한 혜택이 더 있다고 주장한다”고도 했다.

재정경제부 장관 출신인 강봉균(康奉均) 의원도 “시민단체 등 사회세력을 설득하는 데 여러분이 지난 30년간 수동적이었다. 시민단체가 무슨 얘기를 하는지도 경청하고 설득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천 대표는 재계와의 커다란 인식차를 확인하고는 “(정부에 대한 비판을) 과도하게 일반화하지 말라. 구체적으로 무엇이 시장경제 원칙과 맞지 않는지 지적하면 조치하겠다”며 다소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 훈기자 dreamland@donga.com

★이 기사 취재에는 본보 대학생 인턴기자인 고경범(고려대 불어불문학과 4년) 심영리씨(부산대 신문방송학과 4년)도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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