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평화재건 지원이 부끄러운 일인가

  • 입력 2004년 8월 4일 18시 49분


정부는 자이툰부대 환송식을 은밀하게 치르고 국민과 정치권은 파병문제를 놓고 또다시 반목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출국 장병을 격려해주지는 못할망정 사기를 떨어뜨리는 정부 처사에 대한 비난여론이 높아지고, 거리의 시위대들은 벌써 철군 구호를 외친다. 환송식이 있었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던 대다수 국민에게는 느닷없는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정부 탓이다. 국가의 명(命)을 받아, 이라크의 평화와 재건을 위해 떠나는 병사들을 쉬쉬하며 보내기로 한 정부가 혼란을 자초했다. 제대로 된 정부라면 격식을 갖춰 품위 있게 병사들을 보내야 한다. 자랑스러워해야 할 장병들을 왜 부끄럽게 만드는가.

정부는 장병들의 안전을 위해 언론 취재를 막았다고 하지만 이해하기 어렵다. 테러가 그치지 않는 이라크 상황을 고려하면 파병 일정과 경로 등을 굳이 공개할 이유는 없다. 국민도 군사작전상 필요한 보안대책은 인정할 것이다. 그러나 파병 사실이 만천하에 알려진 판에 환송식을 숨겨 무슨 도움이 된다는 것인가. 병사들의 사기만 꺾은 것 같아 안타깝다. 병사들은 격려하는 박수 대신 파병반대 시위대의 고함을 들어야 했으니 기막힐 노릇이다.

자이툰부대 파병은 이라크의 평화와 재건을 위한 것이다. 이라크와 전쟁을 하자는 것도 아니고 점령군이 되자는 것도 아니다. 3600명의 병사와 2000억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해 이라크를 도우려는 것이다. 당당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일본은 올해 초 자위대를 파병하면서 생중계를 하는 등 대대적인 홍보를 했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자위대는 별다른 공격을 받지 않았다. 그것이 국가의 능력이다. 파병 목적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것이 오히려 효과적인 테러 대책이 될 수 있다. 정부가 이제 와서 몸을 사리면 파병의 명분이 손상되고 장병들은 의욕을 잃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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