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脫北]정부 “데려올땐 北-체류국 눈치”

  • 입력 2004년 7월 27일 18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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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450명이 넘는 사상 최대 규모의 탈북자 중 1진 200여명이 국내에 들어오자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탈북자 문제의 최고 해법은 ‘조용한 외교’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 안팎에선 “탈북자 문제는 인권 차원에서 이미 세계적 관심사이고, 그 수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조용한 외교’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조용할 수 없는 ‘조용한 외교’=정부는 탈북자 국내 이송 교섭을 철저히 비공개로 진행하고 있다. 그 주된 이유는 탈북자 체류국과 계속적으로 협조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탈북 이송 경로’가 공개돼선 안 되기 때문이다. 특히 해당 국가 입장에선 탈북자들이 대거 넘어와 국내 정치사회적으로나 외교적으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들은 “‘탈북자의 한국행 경로 국가’가 공개되는 바람에 그 경로 자체가 완전히 폐쇄된 일이 최근 수년간 몇 차례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목숨을 건 탈북자 행렬’이 급속히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조용한 외교’는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탈북자 지원 단체인 ‘두리하나선교회’ 천기원(千璂元) 대표는 “이번에 450여명이 한꺼번에 입국하게 된 것도 결과적으론 몇 명에서 몇 십명 단위로 이뤄지던 ‘조용한 외교’가 현실의 벽에 부닥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맞출 수 없는 ‘수요’와 ‘공급’=정부의 탈북자에 대한 정책 원칙은 ‘한국행을 원하는 탈북자는 전원 수용하고 제3국 정착을 희망하는 경우에도 최대한 지원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정부의 ‘공급’(탈북자 수용 능력)과 탈북자의 ‘수요’(한국행 희망)를 맞추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따라서 정부가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달 법원은 이른바 ‘탈북자 브로커’의 위조여권 제조 혐의에 대해 ‘사실상의 무죄 판결’(선고유예)을 내리면서 “‘외국 공관 등에 진입해 그 존재가 널리 알려진 탈북자’만 보호대상으로 삼고 있을 뿐”이라고 정부의 탈북자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을 정도다.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실이 추정하는 중국 내 탈북자만 약 10만명에 이르고 탈북자 지원 단체들은 그 규모가 30만∼50만명 선이라고 주장하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지금은 탈북자 수백명의 입국을 ‘대규모’라고 하지만, 언제 ‘수천’ ‘수만명’이 될지 알 수 없을 정도로 탈북자 문제는 폭발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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