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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7월 16일 19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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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지소리 하지 말라.”
“뭐가 억지냐? 오늘 토론자 가운데 반대 의견 가진 사람이 누가 있나?”
16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건설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수도 이전 서울 공청회’는 방청객 사이의 설전(舌戰)으로 시작됐다.
김안제 신행정수도건설추진위원장의 개회사에 이어 최재덕 건설교통부 차관이 축사를 하는 도중에도 입씨름은 이어졌다. 최 차관은 축사 도중 “선생님들, 그만두세요”라며 싸움을 말리기도 했다.
장내 분위기는 어수선했지만 ‘수도 이전 공청회의 백미’(사회자인 최병선 한국건설산업연구원장의 말)로 기대를 모았던 서울 공청회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썰렁했다.
개회 직전 200여명에 그쳤던 방청객은 한때 250여명으로 늘었다가 폐회 직전 다시 200여명으로 줄었다. 주최측은 공청회 장소를 중회의실(정원 150석)에서 대회의실(700석)로 옮겼으나 빈 자리가 많았다.
그나마 방청객의 면면도 ‘서울 시민의 의견을 듣는 공청회’의 격에 어울리지 않았다.
취재진 30여명과 상황 파악을 위해 나온 정보과 형사 20여명을 제외한 ‘시민 방청객’은 200여명에 그쳤다.
특히 이 가운데 80여명은 단체로 참석한 수도 이전 예정지 주변지역 주민들이었다. 충남 공주시에서는 40여명이 올라왔다. 한 60대 남성은 “주최측이 ‘버스를 전세내 주겠으니 그냥 한번 가보자’고 해서 따라왔다”고 밝혔다.
나머지 40여명은 수도 이전 반대 의사를 표명하기 위해 자비를 들여 참석한 충남 연기군 남면의 ‘부안 임씨 종친회’ 회원들이었다. 종친회원 임헌국씨(69)는 “연기군 남면은 600년 동안 부안 임씨의 터전이었다. 이제 쫓겨날 생각을 하니 조상들 뵐 낯이 없다”고 말했다.
이날 방명록에 서명을 한 70여명 가운데 20여명은 지방분권위원회 등 정부 기관의 위원이거나 열린우리당 의원 및 당원들이었다. 건설교통 관련 학자와 건설업체 직원도 눈에 많이 띄었다. 한 대학교수는 “정부 관계자가 ‘참석해 달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 최 차관과 5명의 주제발표자들은 수도 이전이 서울과 지방이 함께 윈-윈 하는 정책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최 차관은 “큰 변화가 있을 때는 모든 사람의 동의를 구하기 힘들며 다소의 부작용도 따른다”고 전제하고 “다소 시끄럽고 무리하더라도 수도권과 지방, 국토를 살리기 위해 행정수도를 옮겨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자들도 지난 5차례의 지방 공청회에 나왔던 40여명의 토론자처럼 수도 이전에 원칙적으로 찬성했다. 다만 상당수 토론자가 수도 이전의 속도조절과 폭넓은 의견수렴을 권고했다.
일련의 공청회와 관련해 토론자 선정에 문제가 있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에 대해 신행정수도건설추진위 관계자는 “당초 후보지 평가 결과를 놓고 토론을 벌이려 했기 때문에 반대 의견을 가진 사람은 토론자로 부르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문채 성결대 교수는 “논란이 있는데도 결정과정에서 법적 정당성을 확보했다면서 수도 이전을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면서 “백지상태에서 다시 시작해 각계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장성수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충청권 지역개발 효과와 수도권의 부작용 해소대책에 대한 전문적이고 허심탄회한 논의 없이 정쟁으로만 치닫고 있다”고 우려했다.
김병린 미라보건설 사장은 “미리 선정된 4개 후보지 가운데 행정수도 입지를 결정하는 것은 문제”라며 “100년 앞을 내다보면서 폭넓은 대안을 갖고 토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태욱 강남대 교수는 “수도 이전은 파급 효과가 장기적인 만큼 어떤 형태로든 최대한의 합의를 도출해내는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철용기자 lcy@donga.com
조인직기자 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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