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대통령직 거나”…네티즌들 분노

  • 입력 2004년 7월 9일 11시 42분


포털사이트 여론 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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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8일 행정 수도 이전 반대론을 ‘대통령 불신임 퇴진운동’으로 규정하고 예정대로 추진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천명했으나, 이를 바라보는 네티즌들의 시선은 보수·진보 사이트를 막론하고 싸늘하기만 하다.

발언 직후 파문이 확산되자 김종민 청와대 대변인은 “행정수도 문제를 재신임과 연계해서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는 뜻은 아니다”고 곧바로 차단막을 쳤다.

그러나 탄핵심판 때문에 물러났다가 복귀한 지 두 달도 안 된 시점에 다시금 진퇴를 거론한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게 인터넷 민심이다.

네티즌들은 '행정수도 이전의 필요성에 대해 국민을 상대로 설득해야지, 반대하면 그만두겠다고 겁을 주는 것이 국정 책임자로서 취할 태도이냐'고 비난하고 있다.

네티즌 ‘archidj’는 “수도이전문제는 워낙 중요한 사안이라 한번 더 두드리고 가자는데, 그게 노 대통령 불신임하고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인가”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junghoonkim1’는 “경제살리고 서민 돌보는데 배수의 진을 쳐야지, 이사 가는데 배수의 진을 치다니…. 할 줄 아는 게 그것 밖에 없나?”고 꼬집었다.

일부 네티즌들은 노 대통령이 그동안 위기를 맞을 때마다 진퇴를 거는 승부수를 띄워 효과를 보더니 이번에도 정권과 여당의 지지율이 곤두박질치자 ‘정치 쇼’를 벌인다는 나름의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insun63kr’는 “측근비리에 선거법 위반으로 궁지에 몰리고 노사모가 와해될 지경에 이르자 수도이전으로 제 2의 탄핵 쇼를 벌이려 한다”고 비난했다.

‘jskmin’는 “대통령직 관둔다는데 말릴 마음은 없다. 그렇지만 행정수도 이전은 계속 반대”라고 했으며, ‘cbr1802’도 “수도이전은 노 대통령 퇴진과는 비교 할 수 없을 정도의 국가 막중대사”라고 말했다.

네티즌들은 노 대통령의 ‘밀리면 끝장’이라는 사고 방식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jupiterbumb’는 “수도 이전 찬반을 떠나서 반대 여론에 밀리면 아무것도 못한다는 지도자의 생각 자체에 문제가 있다”며 “반대자를 포용해야지 무조건 거슬린다고 수구꼴통이고 발목 잡는다고 하면 유신 독재시절과 뭐가 다른가”라고 비난했다.

‘blanka17’는 “경제논리로 풀 문제도 정치로 보고 기득권과 언론의 저항으로 보고 전투하려 하니…”라며 “대통령이 나서서 국론을 더 쪼갠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러나 일부 네티즌들은 “대한민국은 서울공화국이다. 모든 시설과 투자가 서울로 몰려 지방은 점점 낙후되어 가는게 현실이다”(isis7878), “언론에 휩쓸려 국민투표를 하는 것은 아마추어 정치다. 국익을 위해서라면 지금 당장의 비난을 감수하면서도 과감히 돌진해야 한다”(oshiru)는 옹호 의견을 올리기도 했다.

비난이 거세지자 열린우리당은 “대통령으로서 오죽 답답하면 그렇게까지 얘기했겠느냐”고 적극 옹호하며 사태를 수습하려 했다.

당 관계자는 “노 대통령의 발언은 도와달라는 의미”라며 “행정수도 이전 공약을 걸고 대통령에 당선됐는데 지금에 와서 공약을 실천하지 못하게 되면 곤란하지 않겠나, 대통령이 선거 공약을 이행하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이라고 해명했다.

최현정 동아닷컴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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