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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6월 21일 18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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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일씨를 납치해 살해 위협을 하고 있는 무장단체 ‘알 타우히드 왈 지하드’(유일신과 성전)는 요르단 출신의 테러리스트 아부 무사브 알 자르카위(38)가 이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그의 한국인 인질 납치 의도와 앞으로의 상황 전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빈 라덴과 맞먹는 테러 지도자=그는 1999년 테러 활동에 뛰어든 뒤 곧 알 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의 반열에 올랐다. 미국 등 서방 정보기관이 그의 위험성을 알게 된 시점은 2002년 말 미 구호관리 로렌스 폴리가 살해됐을 때이다.
그는 2003년 8월 바그다드 유엔사무소 폭탄테러, 2004년 바그다드와 카르발라 시아파사원 연쇄 폭탄테러, 에제딘 살림 이라크 과도통치위원장 폭사 등 대형 테러의 배후로 지목됐다. 이라크 주둔 미군은 그가 2003년 초부터 이라크에 은신 중인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빈 라덴에게 보낸 것으로 보이는 한 편지에서 “시아파와 미국인, 이라크 군경, 연합군을 대상으로 한 25건의 자살공격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미국은 지난해 그에 대한 현상금을 500만달러에서 1000만달러로 올렸고 곧 빈 라덴 수준의 2500만달러(약 290억원)로 또 올릴 계획.
▽납치 및 살해가 전략?=5월 미국인 니컬러스 버그가 살해되는 장면이 공개될 때 화면에는 자르카위가 처형했다는 메시지가 나왔다. 일부에서는 처형을 주도한 인물의 목소리가 그와는 달랐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민간인 납치와 살해 공개 위협은 자르카위 캠프가 최근 채택한 전략인 것만은 확실하다. 그는 버그씨 살해 때 내놓은 성명에서 “(버그씨의) 처형은 미국인들이 이라크를 떠나라는 경고”라고 밝혔다.
그가 이끄는 테러 조직은 지난주 미 제너럴일렉트릭(GE) 직원 등에 대한 폭탄테러 후 밝힌 성명에서 “(민간인에 대한 게릴라전은) 군사적 힘에 의존하지는 않지만 적에게 심리적 충격을 준다”고 자체 평가하기도 했다.
자르카위는 한국군이 추가 파병될 경우 미국과 영국에 이어 세 번째 규모의 이라크 주둔군이 된다는 점을 분명히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추가 파병 전에 한국은 미국과 다름없다는 점을 확실히 선언해 두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이 진기자 leej@donga.com
▼납치단체 '알 타우히드 왈 지하드'▼
자르카위가 이끄는 무장단체 ‘알 타우히드 왈 지하드’(유일신과 성전)는 알 카에다와 긴밀한 인적, 기능적 연계를 가진 테러단체. 2001년 9월 독일에서 독립된 세포조직으로 만들어졌으며 지금은 기반을 요르단에 두고 있다.
미국 군사전문 인터넷 웹사이트 글로벌시큐리티(www.globalsecurity.org)에 따르면 모하메드 아부 데스가 이끌던 독일 세포조직은 고립된 상태에서 비밀리에 활동했다. 이 세포조직에는 자르카위뿐만 아니라 독일 베쿰 지역에 거주했던 샤디 압달라, 아슈라프 알 다그마, 이스마일 샬라비 등이 참여해 무차별 테러를 기획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자르카위는 2001년 9월 초 아부 데스를 이란에서 만나 독일 유대인을 대상으로 한 테러 공격을 지시하기도 했다.
알 타우히드는 기부금을 모아 여권을 위조해 전사들을 밀입국시키는 일을 하다가 독일 내 테러 공격에 관심을 돌렸다. 조직원들은 가능한 한 많은 사람을 살해하기 위해 독일 도시의 번화가에서 소음기가 장착된 총을 쏘거나, 수류탄을 터뜨리는 테러를 계획했다.2002년 3월 자르카위는 뒤셀도르프 세포조직의 자멜 무스트파에게 소음기가 장착된 권총과 수류탄을 주문한 사실이 확인됐다. 그러나 주문한 무기가 도착하기 전인 4월 23일 압달라, 데스, 다그마, 샬라비, 무스트파 등 5명은 체포돼 현재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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