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사과는 하지만 국민투표에 "글쎄..."

  • 입력 2004년 6월 21일 17시 25분


'대국민 사과는 해야 하지만 국민투표는 글쎄…'

한나라당은 21일 의원총회를 열고 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당의 입장을 정하기 위해 열띤 공방을 벌였다. 그러나 당론은 정하지 못했다. 시간을 갖고 충분한 논의와 검토를 거친 뒤 당론을 정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다만 행정수도 이전 건설특별법을 졸속으로 통과시킨데 대한 반성과 사과가 필요하다는데 대다수 의원들이 공감했다. 그러나 국민투표 실시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국민투표를 실시했다가 찬성으로 결정 날 경우 당의 존립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었기 때문이다.

수도이전 국민투표 논란(POLL)

이날 의총에는 참석한 100여명의 의원 가운데 27명이 발언에 나섰고, 샌드위치로 점심을 대신하면서 5시간 반동안 백가쟁명식 난상토론을 이어갔다.

박근혜(朴槿惠) 대표가 토론에 앞서 "급하게 특별법 통과시킨 한나라당도 반성해야 한다.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사과 입장을 밝히자, 의총의 분위기는 대국민 사과 쪽으로 가닥이 잡혀갔다.

맹형규(孟亨奎) 의원은 "특별법을 통과시킬 때 확실한 입장을 취하지 못한 것은 우리가 잘못한 것이다. 사과를 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고, 임태희(任太熙) 의원은 "당시 제1당으로서 정치적 고려에 치우쳤고 비난을 감수하고서라도 특별법 부실처리를 시인하고 국민에게 용서를 구해야 한다"고 자성했다. 안택수(安澤秀) 의원도 "한나라당은 충청도 의석을 확보하기 위해 저질러서는 안되는 마음에 없는 법을 통과시켰다"고 질책했다.

국민투표 실시 여부에 대해서는 찬반이 팽팽했다.

김문수(金文洙) 의원은 "국민의 여론을 진지하고 광범위하게 수렴해야 하며 국민투표 실시를 위한 서명운동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김충환(金忠環) 의원은 "당론으로 국민투표를 주장해선 안된다. 이기면 충청권이 한나라당을 반대할 것이고 지면 수도권 시민들이 이기지도 못할 것을 꺼내 나라를 완전히 망쳤다고 비난할 것"이라고 반대했다.

대안들도 쏟아졌다. 당내 유일한 충청권 출신인 홍문표(洪文杓) 의원은 "정부와 야당 시민단체 전문가들이 모두 참여하는 공동기구를 만들어 국민적 합의를 도출하자"고 제안했고, 박형준(朴亨埈) 의원은 "정쟁을 중지하고 당내에 평가단과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건영(尹建永) 의원은 "주요 대학을 중부권으로 옮기는 등 충청권의 기대이익을 보상해 주는 계획을 내놓고 이전은 백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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