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총리후보 검증]교육장관 시절의 정책 허실

  • 입력 2004년 6월 20일 19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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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李海瓚)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24∼25일) 및 인준 표결(29일)을 앞두고 각 당은 그의 경륜과 자질을 검증하기 위한 자료 수집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본보는 이 후보자의 교육인적자원부 장관 시절 추진된 교육개혁의 허실과 ‘병풍(兵風) 수사 유도 발언’과 관련해 검찰 소환에 불응한 경위, 주변 인사들이 말하는 그의 리더십을 점검하는 지상청문회를 마련했다.》

교육장관 시절의 정책 허실

“정책 방향은 옳았지만 방법이 문제였다.”

이 후보자가 교육부 장관 시절 추진했던 각종 교육개혁 정책에 대한 교육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교육학자들은 이 후보자의 교육개혁 정책이 당시 시대적 상황이나 학부모의 요청에 따라 시행됐다는 점을 인정한다. 하지만 이 후보자는 추진과정에서 교원 전체를 개혁의 동반자가 아닌 개혁대상으로 삼아 이들의 반발을 초래했다. 또 교원정년 단축, 대입제도 개선 등 주요 정책의 경우 현실 적합성이나 성공 가능성보다는 당위성을 지나치게 앞세워 밀어붙인 결과 교육현장을 파행으로 몰아넣었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교원정년 단축=교원정년 단축은 다른 공무원과의 형평성 등을 고려할 때 불가피한 조치였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하지만 갑자기 정년이 줄어들게 된 교원들에 대한 정책적인 배려가 없었고 나이 든 교사는 무능하다는 인식을 심어 교사들에게 상처를 준 것이 문제였다.

당시 “나이 든 교사 1명을 내보내면 젊은 교사 3명을 쓸 수 있다”는 말까지 나돌아 교원들의 사기는 더욱 떨어졌다. 여기에 공무원연금 삭감설까지 나돌자 50대 교사들도 무더기로 명예퇴직해 만성적인 초등교사 부족현상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김대중(金大中) 정부의 대통령 자문기구인 새교육공동체위원회 위원이었던 한 대학교수는 “이 의원이 장관직에서 물러난 뒤 새교위 위원들이 전국을 돌며 교사를 위로하는 역할을 한 적도 있다”고 회고했다.

▽대입제도 개선=점수 위주의 대입 전형을 개선해 다양한 선발 기준을 마련한 2002학년도 대입제도 개선안의 정책 방향은 옳았다는 평가가 많다. 각 대학이 다양한 방식으로 신입생을 선발한다는 골격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학생들은 ‘한 분야만 잘하면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다’고 착각해 학업을 소홀히 하게 됐다.

이 후보자가 교육부 장관으로 취임했던 1998년 이전까지는 재학생의 대학수학능력시험 평균 점수가 재수생보다 높았지만 그 뒤부터 지금까지 재수생의 성적이 훨씬 높은 ‘역전현상’이 중고교생 학력 저하의 방증이라는 것이다.

또 점수 위주 선발을 최소화하기 위해 수능에서 소수점 점수를 폐지했지만 반올림시 실제 점수가 왜곡돼 수험생의 당락이 뒤바뀌는 부작용이 생기기도 했다.

▽촌지와 체벌문제=이 후보자는 초중고교 교사들의 촌지와 체벌 근절 운동을 강력히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교사들의 자존심은 또 한 차례 무너졌다.

일부 학교는 ‘우리 학교는 촌지를 받지 않습니다’는 플래카드를 교문에 내걸기도 했고 교육청에는 촌지 신고함이 설치됐다. 한 고교 교장은 “교사들이 촌지나 받고 아이들을 때리고 괴롭히는 집단으로 매도당하면서 교직에 대한 열의가 떨어지고 냉소적으로 변했다”고 말했다.

1999년 5월 ‘스승의 날’에는 학부모들이 촌지나 선물을 가져올 것을 우려해 서울시내 모든 초등학교가 휴교하기도 했다.

한양대 정진곤 교수(교육학)는 “이 후보자가 우리 교육의 병폐를 해결하기 위해 각종 노력을 기울인 것은 평가할 만하다”면서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교원들을 끌어안고 설득하는 노력을 기울였더라면 개혁정책이 더 성공적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성철기자 sung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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