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김영명/‘하이 서울’ 외국인이 웃는다

  • 입력 2004년 6월 20일 18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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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 서울!’ ‘안녕 서울?’ 도대체 이게 서울을 찾는 외국인에게 하는 인사인가, 아니면 그 외국인이 서울에 하는 인사인가? 게다가 ‘Hi 서울’로 ‘high 서울’의 뜻도 나타내겠다는데, 영어를 제대로 아는 사람 치고 그 둘을 연결지을 사람은 아무도 없다. 더구나 ‘high(높은, 마약 취한) 서울’이라니, 서울이 무슨 고원 지대에 있나, 아니면 서울이 마약 먹고 해롱거리고 있나?

사람은 가슴에 ‘사람’이라는 이름표를 붙이고 다니지 않는다. 바보 같기 때문이다. 한국인이라면 초록 버스에 ‘ㅊ’이나 ‘초’를 써 붙일 생각을 하지 못하고, 영어를 제대로 아는 사람이라면 ‘그린’ 버스에 ‘G’를 써 붙이고 다닐 발상을 하지 못한다. 모두 바보 같기 때문이다.

이런 것들은 영어를 어설피 배운, 수준 낮은 머리에서 나온 ‘꼴값 영어’(소설가 안정효씨의 표현)들이다. 그 꼴값은 ‘안녕 서울, 내 버스(하이 서울, 마이 버스)’에서 절정을 이룬다. 영어를 아는 외국인들이 이를 보고 피식거릴 생각을 하니 낯이 뜨거워 온다.

게다가 서울시는 이런 일들이 우리말 죽이기와 아무 상관이 없다고 강변하는데, 벌이는 사업마다 영어를 앞세우고, 시민들이 반발하니 버스 홍보용 포스터의 영어 표기를 더 크게 바꾸는 사람들이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나?

국제도시가 되려면 그 도시의 고유한 아름다움을 개발하고 그것으로 외국인을 끌어들여야 한다. 서울시는 외국의 도시가 갖지 못한 서울의 장점, 다시 말해 고유한 문화, 아름다운 산수, 첨단 정보산업을 개발해 그것으로 승부하라. 지금처럼 바보 영어를 남발하지 말고 외국인에게 꼭 필요한 곳에 제대로 된 외국어를 제공하라.

그리고 무엇보다 서울은 외국인이 아니라 1000만 시민들의 도시라는 점을 명심하라.

김영명 한글문화연대 대표·한림대 국제학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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