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6·15 정신’과 거리 먼 북측 인사들

  • 입력 2004년 6월 16일 18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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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5 정신’과 거리 먼 북측 인사들

6·15 남북 공동선언 4주년 기념행사가 어제 모두 끝났다. 남북관계의 변화를 실감케 한, 만남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작지 않은 행사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측 참석자들의 발언과 태도는 남북관계의 실질적 개선까지는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많음을 보여준다.

이종혁 조선아태평화위원회 부위원장이 북측대표로 왔다는 사실부터 아쉬움을 남긴다. 김용순 위원장이 사망했기 때문에 그가 왔겠지만 북측이 공동선언의 의의를 진정으로 가치 있게 여겼다면 보다 비중 있는 인물을 보냈어야 했다. 우리로 치면 차관급 정도인 이 부위원장이 노무현 대통령 앞에서 수첩을 꺼내들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메시지를 구두로 전했다는데 어느 나라 의전에 이런 예가 있는지 모르겠다.

토론 참가자들의 발언도 여전히 실망스러웠다. “민족공조가 우선”이라고 했지만 외세배격의 논리에 따라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끊으라는 얘기가 아니고 뭔가. 보안법과 주적론 폐지 요구는 엄연한 내정간섭이다. 토론회가 TV로 생중계돼 북측 인사들의 발언이 여과 없이 남측 가정의 안방에 쏟아지기까지 했는데 언제까지 케케묵은 보안법 타령인가. ‘적화통일’을 전문(前文)에 명시하고 있는 노동당 규약부터 없애는 게 바른 순서다.

우리측에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을 비롯해 여야 대표가 총출동했다. 노 대통령은 북한의 핵 개발 포기를 전제로 “포괄적이고 구체적인 대북 협력 계획”까지 약속했다. 과공(過恭)이라는 지적도 무리가 아니지만 그럴수록 북측은 더욱 진지한 자세를 보였어야 했다.

김 국방위원장은 이 부위원장이 전한 메시지에서 “남북관계를 크게 발전시켜야 한다”고 했지만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이 건강한 남북관계의 출발점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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