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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6월 8일 18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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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로 뛰며 쓰는 경제기사▼
한국경제에 대한 외국 전문가들의 견해도 듣는다. 예를 들어 5월 19일 서울에 온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에게선 “한국경제는 기업의 투자 감소, 총저축률 하락, 가계 부실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지적을 들었다.
명절에는 백화점의 선물 배달 현황을 실감나게 보도하기 위해 기자가 하루 배달원으로 일하기도 한다. 체감 경기를 파악하려고 기자는 택시를 탈 때도 몇 대가 빈 차로 서 있는지 살핀다. 단골 호프집에 가서도 손님 수를 어림잡아 본다. 모델하우스 부근에 어른거리는 ‘떴다방’ 업자들 수를 보고 부동산 경기를 짐작한다.
기자는 독자들의 반응에 민감하다. 요즘은 기사 끝에 e메일 주소가 붙어 있어 혹 미덥잖은 기사를 작성했다간 따끔한 항의성 메일을 받는다. 기사의 품질은 치열한 ‘신문 시장’에서 그날그날 판가름난다. 정확하고 공정한 기사를 써야 신뢰를 받고 그런 신문이 다수의 독자를 확보한다. 정치인이 유권자의 투표로 심판을 받는 것처럼 신문은 독자의 구독 선택으로 심판받는다.
‘팩트(사실)는 신성하다’고까지 생각하는 기자들은 보고 들은 대로 보도하는 것을 원칙으로 알고 있다. 국내외 전문가들에게서 현안에 대한 진단과 처방을 듣고 성실하게 전달하려 노력한다. 멋대로 과장된 경제위기론을 보도할 수 없고 그래야 할 이유도 없다. 이랬다간 신문이 신뢰를 잃는데….
물론 현장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전하다 보면 “단군 이래 최대의 불황”이니 “이대로 가다간 곧 붕괴한다”는 하소연과 우려가 여과 없이 보도되기도 한다. 또 성장잠재력이 크게 떨어지는 데 대해 전문가들이 울리는 경보 사이렌은 지나치게 큰 소리로 들리기도 하리라.
그렇다 해서 언론이 의도적으로 경제위기를 증폭시킨다고 주장하는 것은 오해에서 빚어졌거나 매사를 음모론적 시각으로 보기 때문이 아닌가. 아니면 책임을 남의 탓으로 돌리려는 심리에서 비롯된 것 아닐까.
언론이 재계와 짝짜꿍이가 돼 위기론을 부추긴다, 정부 개혁정책의 발목을 잡기 위해서…. 위기가 아닌데 자꾸 위기라고 하면 진짜 위기가 온다, 위기가 온다면 이는 언론 탓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업무 복귀 이후 여러 차례 펼친 주장의 요지다. 잘 알다시피 노 대통령은 경제전문가가 아니다. 비록 간접적으로 관여하긴 했지만 자신이 지분을 가졌던 장수천이라는 조그만 생수회사조차 성공시키지 못했다.
▼차라리 대통령이 언급 안하는게▼
노 대통령이 경제장관들과 관련 수석비서관들에게서 ‘경제위기론은 언론 책임’이라는 보고를 받았을까. 경제 메커니즘을 읽을 줄 아는 정책책임자라면 그런 상식 밖의 보고를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혹시 합법적인 정책결정 라인 이외에 대통령에게 왜곡된 경제인식을 주입하는 아마추어 성향의 측근 세력이 있는 것은 아닌가. 청와대 뜰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이 메아리치면 투자심리가 위축된다는 것을 모르는가.
경제가 당장 위기는 아닐지라도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미래도 매우 불투명하다. 경제를 살리려면, 역설적으로 대통령이 경제에 대해 가급적 언급하지 않는 게 차라리 낫겠다. 경제부총리를 믿고 경제정책 결정권한을 제대로 주는 게 좋을 듯하다.
고승철 편집국 부국장 che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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