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 지명 누가 될까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새 총리 후보자 지명을 앞두고 여권 내의 기류가 빠르게 바뀌고 있다.

노 대통령이 중요 개혁과제에 전념하기 위해 총리 후보자는 내각을 안정감 있게 운영할 수 있는 행정경험이 풍부한 인사를 선택하리라는 당초의 방향이 시간이 흐를수록 노 대통령과 호흡을 잘 맞추면서 집권 2기의 개혁추진을 잘 이끌어갈 수 있는 인물 쪽으로 바뀌고 있는 것.

그런 맥락에서 '김혁규(金爀珪) 총리' 카드가 무산된 뒤 청와대 내에서 유력한 후보로 검토했던 전윤철(田允喆) 감사원장, 이헌재(李憲宰)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장관, 오명(吳明) 과학기술부 장관은 점차 가시권에서 멀어져가는 분위기다.

특히 이들 3인은 제각기 현 정부의 중요 포스트를 차지하고 있어서, 총리로 빼낼 경우에는 후속 인선은 물론 부분적이나마 정부 진용을 손질해야 하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찬용(鄭燦龍) 대통령인사수석비서관은 8일 기자들로부터 '새 총리의 컨셉트가 전문가 쪽이냐, 아니면 개혁 쪽이냐'는 질문을 받고 "컨셉트가 현재 어렵다. 노 대통령이 돌아가는 정치상황 등 여러 가지로 고뇌에 빠져있다"고 기류 변화를 시사했다.

열린우리당의 한 중진 인사도 "지난 1년간은 개혁 로드맵이라는 '항로'만 그려왔으나, 집권 2기에는 배를 띄워야 한다"며 "준비기인 집권 1기와 달리 이제는 참여정부의 국정철학을 잘 이해하고 뒷받침할 수 있는 사람이 조타수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청와대를 비롯한 여권 내의 전반적인 기류 변화에 따라 이날 오후 들어 열린우리당의 한명숙(韓明淑) 의원 등이 유력한 후보로 떠오르는 분위기다. 한 의원의 경우 △'최초의 여성 총리'라는 상징성 △환경부, 여성부 장관을 지낸 행정경험 △오랜 시민단체 활동에서 나타난 개혁성이 장점으로 거론되고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여권 전체가 어려웠던 올 2월 한 의원이 스스로 장관직을 버리고 총선 출마에 나선 점을 노 대통령이 좋게 생각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같은 흐름에서 집권 1기의 대통령비서실장을 지낸 문희상(文喜相) 의원도 총리 후보군에 합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 대통령의 의중을 잘 알면서도 당정 분리의 기조 속에서 대(對) 국회 관계를 원만하게 이끌어갈 정치적 역량이 있는 인물이라는 점에서다. 그러나 여권 내부에서는 "대통령비서실장을 지낸 분을 총리로 기용하면 국민이 납득할 수 있겠느냐"는 부정적인 기류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노 대통령의 한 핵심측근은 "노 대통령이 지금까지 전혀 거명되지 않은 '히든 카드'를 갖고 있다"고 밝혀 의외의 인물이 지명될 가능성도 있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