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연설]盧대통령 돌출발언 자제… 사전원고대로 연설

  • 입력 2004년 6월 7일 18시 50분


17대 국회개원 축하를 겸한 노무현 대통령의 7일 국회 국정연설은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환영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노 대통령의 이번 국회연설은 지난해 2월 대통령 취임 후 세 번째. 지난해 4월에는 이라크 파병동의안 처리 협조를 위해, 지난해 10월엔 예산안 심의에 앞서 정기국회 시정연설을 했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14분경 국회 본청 앞에 승용차편으로 도착해 강용식(康容植) 국회사무총장의 안내를 받아 국회 본회의장에 입장했다. 노 대통령이 단상에 오를 때까지 여야의원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일단 박수로 환영했다.

30여분의 연설 과정에서 열린우리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의석에선 모두 13차례의 박수가 터져 나왔다.

열린우리당 소속의원들의 열광적인 환영과는 대조적으로 한나라당 등 야당 의원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노 대통령이 입장할 때 이해봉(李海鳳) 정형근(鄭亨根) 안택수(安澤秀) 의원 등 한나라당 의원 10여명은 자리에서 일어나지도 않았다. 또 연설 도중 열린우리당 의석에서 잇따라 박수가 터져 나왔지만 한나라당을 비롯한 야당 의원들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특히 노 대통령이 “저에게는 지난 1년 내내 경제였다”며 경제회생을 위해 노력한 점을 강조하자 한나라당의 김성조(金晟祚) 박계동(朴啓東) 의원 등은 자리에서 소리 내 웃으며 수군대기도 했다. 또 노 대통령이 경제위기를 언론이 부추긴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자 일부 한나라당 의원들은 고개를 설레설레 젓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는 ‘돌출발언’과 직설적인 화법을 구사했던 종전 연설과 달리 완곡한 어법을 사용했고 원고를 그대로 읽었다.

노 대통령은 연설 후 국회의장 접견실에서 김원기(金元基) 국회의장, 열린우리당 신기남(辛基南) 의장,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대표 등 여야 지도부와 30여분간 간담회를 가졌다.

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야당과 정치적인 채널을 갖고 싶다. 정책문제에서 야당 의원들을 직접 만나 대화하고 설득하겠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민주노동당 김혜경(金惠敬) 신임대표와의 회동에 대해서는 “대통령과 야당이 만날 때는 서로 선물을 교환해야 하는데, 서로에게 줄 선물을 준비한다면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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