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고이즈미와 회담때 美 성토 발언 잇달아 쏟아내

  • 입력 2004년 5월 26일 18시 44분


“22일 열린 북-일 정상회담에서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이 가장 많이 입에 올린 단어는 ‘부시’였던 것 같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5일 북-일 정상회담의 뒷얘기를 소개하면서 김 위원장이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에게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에 대한 불만을 여러 차례 토로했다고 전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고이즈미 총리가 핵개발 포기를 설득하자 김 위원장은 “부시는 우리 나라를 ‘악의 축’이라고 부르며 오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조선반도(한반도)의 비핵화가 최종 목표지만 부시가 선제공격을 주장하는 이상 우리는 핵 억지력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고이즈미 총리가 핵을 포기하고 국제사회에 복귀한 리비아의 사례를 거론하자 “리비아는 핵을 갖고 있지 않다. 리비아와 우리는 다르다”고 말했다. “핵 개발을 동결한다면 검증은 당연한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고이즈미 총리는 “부시 대통령도 평화적 해결을 희망한다”면서 “선진8개국(G8)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의 우려를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고이즈미 총리는 “북한이 외무장관이나 그 외의 다른 사람이 온다면 피랍자의 북한잔류 가족을 돌려보내지 않겠다고 해 내가 간 것”이라고 말해 자신의 방북이 사실상 북한의 요구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도쿄=박원재특파원 parkwj@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