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주의냐 민족주의냐…민노당, 노선투쟁 본격화

  • 입력 2004년 5월 19일 18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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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이 당 대표와 사무총장, 정책위의장 등 지도부 선거를 앞두고 극심한 노선 투쟁에 휩싸이면서 당내 각 그룹의 색깔이 본격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당내 양대 축인 ‘사회주의 원칙론’과 ‘민족주의 노선’간에 정면 대결이 벌어지는 가운데 민족주의 계열의 이용대 정책위의장 후보는 당명을 ‘민족민주당’으로 바꾸자는 주장까지 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좌파 계열의 김기수 사무총장 후보는 ‘사회주의적 이상과 원칙’을 강조한 강령을 폐기하는 것은 당의 정체성을 근본적으로 바꾸자는 것이라며 당명과 강령을 사수하겠다는 입장이다.

당 노선에 대해서도 차이가 드러나고 있다. 김창현 사무총장 후보는 “2012년 집권을 위해서는 더 넓은 대중 정당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김기수 후보는 노동자 중심 정당의 고수를 주장하고 있다. 또 성두현 정책위의장 후보는 “선거를 통한 의회주의적 방식으로는 사회주의를 실현할 수 없다”며 자본주의의 근본적인 변혁을 주장하는 급진적 주장까지 내놓고 있다. 성 후보의 주장에 대해서는 당 홈페이지에 “선거를 통해 집권을 추구하는 민노당의 정책위의장 후보로는 부적절하다”는 당원들의 비판이 빗발쳤다.

북한을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문제도 쟁점이다. 좌파 성향의 주대환 정책위의장 후보는 “북한 정권과 인권 문제를 적극적으로 비판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이용대 후보는 “북한이 약자이므로 약자 편에 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 홈페이지에는 “‘노동’이 들어간 당명도 그렇고 사회주의 하자는 것도 그렇고 북한과 비슷하다는 오해가 적지 않다”(ID 이연재)는 당원들의 글이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보수정당의 색깔론이나 냉전적 사고와 다를 것 없다”(ID 민들레)는 반론도 만만찮다.

한편 민노당은 19일 ‘이라크파병반대국민행동’ 대표단과 면담을 갖고, 이라크 파병안 철회에 찬성하는 국회의원 및 시민사회단체 대표자회의를 17대 국회 개원 전에 열자고 정치권과 시민단체에 제의했다.

권영길(權永吉) 대표는 “국민과 함께하는 광범한 파병반대 움직임이 일어나야 한다”고 말해 파병 철회를 위한 원내외 병행투쟁에 나설 것임을 분명히 했다.

윤종구기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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