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둥 분위기 "발표보다 사상자 훨씬 많을 것"

  • 입력 2004년 4월 25일 16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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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용천역 대폭발 사고의 참상과 북한의 힘겨운 구조 노력이 중국 국경도시 단둥(丹東)에 단편적으로 전해지고 있는 가운데 중국 정부와 한국 민간단체 등의 지원 움직임이 이곳을 통해 본격화되고 있다.

▽피해 늘어날 것="친구 일가족 4명이 모두 죽었다. 역 주변의 집들이 모두 무너져 군인들이 구조 활동을 펴고 있지만 장비들이 부족해 매몰된 사람들을 제때 구해내지 못하고 있다. 다친 사람들을 치료하기 위해 한의사까지 동원되고 있다."

용천에 친척이 있다는 한 북한 거주중국 화교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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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현지 얘기로는 북한 당국도 아직 정확한 피해 규모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공식 발표보다는 사상자가 훨씬 많을 것"이라고 전했다.

사고 당시 붕괴된 초등학교의 학생만 1500명이 넘는 데다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 환영에 동원된 학생, 500여명으로 알려진 역사 작업인부, 실종 및 중상자 등을 감안하면 전체 사망자수가 1000명까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다.

▽철저한 현장 통제=현지 소식통들에 따르면 용천 북쪽 7~8km 부근의 낙원에서부터 군인들이 바리케이드를 친 채 민간인들의 용천 출입을 철저히 차단하고 있다.

한 소식통은 "사고현장 주변에서 군사건물 건축공사를 하던 군인들도 큰 피해를 입어 군용 헬기 2대가 동원돼 40km 떨어진 곽산 비행장으로 부상자들을 옮기고 있다"고 전했다.

다른 소식통은 "초대형 사고의 원인이 됐던 질산암모늄은 용천 부근의 낙원기계공장에서 사용하는 원료"라면서 "이 공장의 간부들이 사고 책임을 지고 전원 구속됐다"고 전했다.

한편 한 단둥 주민은 "용천 폭발사고로 25일 '조선인민군 창건기념일' 행사도 취소됐다"면서 "행사에 사용하기 위해 과일이나 선물용품을 주문했던 북한 고객으로부터 취소한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말했다.

▽부상자, 중국 후송 않을 것=중국 당국은 단둥 시내 제1, 2 ,3 병원과 230 군병원 등에 부상자 치료를 위한 긴급 대비태세를 지시했지만 25일 현재 북측의 요청이 없는 상태다.

군병원을 포함한 이들 병원은 평소와 같이 일반인들의 진료가 이뤄지고 있으며 의료진도 당직자 외에는 집에서 쉬고 있다. 제2 병원 응급실 앞에 '조선 환자가 후송될 경우 당국에 신속히 신고할 것'이라는 통지문이 붙어있을 뿐이다.

이 병원 관계자는 "내부 사정을 공개하기를 극도로 꺼리는 북한의 속성을 감안할 때 부상자들을 중국으로 후송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 소식통은 "23일 중국에서 북한으로 응급차 2대가 넘어갔는데 이중 한 대가 24일 새벽 3시47분경 온몸에 붕대를 감은 환자 4명을 싣고 중국으로 넘어와 단둥이 아닌 다른 곳으로 갔다"고 주장했으나 사실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외부 구호지원=25일 오후 1시경 붉은 글씨로 '중화인민공화국정부 증(贈)'이라는 플래카드를 써 붙인 중국 구호물자 트럭 11대가 단둥(丹東)과 신의주를 잇는 중조우의교(中朝友誼橋)를 통해 차례로 북한으로 들어갔으며 중국 주재 북한대사관 차량이 선두에서 이들을 인도했다.

중국측 관계자는 "북한에 대한 지원 물품"이라고만 말했으나 중국 정부가 북한에 지원키로 한 1000만위안(약 15억원)의 의약품과 식량 등의 일부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대북 지원활동을 벌이고 있는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이웃사랑회, 월드비전, 국제기아대책기구 등 29개 단체로 구성된 대북협력 민간단체협의회도 이날 구호물자 전달을 위한 활동에 들어갔다.

월드비전측은 "북한 조선민족경제협력연합회(민경련) 베이징(北京) 대표부가 24일 오후 팩스를 통해 '대긴급'이라는 표현을 쓰며 두꺼운 담요 5000장을 보내달라고 요청했다"면서 "선양(瀋陽) 등지에서 물품을 구입한 뒤 27일 신의주로 보내면 민경련측이 이를 용천으로 운송키로 했다"고 말했다.

단둥 한인회(회장 윤달생·尹達生)도 24일 긴급총회를 열고 의약품과 식량 등을 지원하기 위한 모금 운동을 벌이기로 했다.

단둥=황유성특파원 ys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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