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D-3]15일은 “찍고” 쉬는날…총선 투표율 저조 우려

  • 입력 2004년 4월 11일 18시 57분


‘투표일, 놀러가더라도 투표하고 갑시다.’

정보기술(IT) 관련 벤처기업 차장인 박모씨(35)는 이번 주 금요일(16일) 월차 휴가를 냈다. 목요일인 15일은 17대 총선 투표일로 공휴일. 토요일은 격주휴무제가 적용되는데 이번 주는 박씨가 쉴 순서다. 금요일만 휴가를 내면 대망의 4일짜리 ‘봄 휴가’가 이루어지는 것.

몇 년 동안 회사 일이 바빠 여름휴가도 제대로 못 갔다는 박씨는 이번에 아내와 아들(6)을 데리고 태국 여행을 다녀오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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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의 투표율을 보였던 16대 총선에 비해 15일로 예정된 17대 총선은 비교적 높은 투표율이 기대되고 있다. 그러나 복병은 남아 있다. 박씨같이 투표일을 휴가일로 착각하는 케이스가 적지 않을 뿐 아니라 대학가도 중간고사 등이 겹쳐 있기 때문.

▽여행객 들썩, 골프장 만원=3, 4일이면 충분히 휴가를 즐길 수 있는 동남아시아와 중국 등 가까운 해외 여행지를 찾는 여행객들이 총선을 전후해 몰리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에 따르면 동남아시아행 비행기 좌석 예약률은 14일과 15일 모두 90%를 넘어섰다. 이는 평소 60%대를 보이는 수, 목요일 예약률을 크게 웃도는 수치. 베이징(北京)행 예약률도 14일 75%, 15일 90%로 평소의 60%대를 훌쩍 넘어섰다.

단체 해외여행상품도 큰 인기. 한화투어에 따르면 14, 15일 동남아와 일본 중국 등 가까운 나라를 찾는 여행상품 예약은 1400건을 넘어 평소 700∼800건의 갑절이었다.

국내관광도 큰 인기. 투표일인 15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모두 서울∼제주 구간 좌석 예약이 일찌감치 마무리됐다.

수도권 인근 골프장 예약도 하늘의 별따기로 경기 용인의 L, T 골프장, 경기 성남 N골프장 등 주요 골프장은 2주 전에 15일 예약이 모두 끝났다.

▽대학가도 비슷=최근 총선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젊은 층의 열기가 과연 높은 투표율로 연결될지도 장담하기 어렵다.

대부분 대학의 중간고사가 4월 셋째, 넷째 주에 몰려 있기 때문. 취업난으로 어느 때보다 학업성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탓에 학생들이 도서관 밖으로 나와 투표에 적극적으로 참여할지 장담하기 힘든 상황이다.

최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조사 결과 ‘반드시 투표하겠다’(61.5%)와 ‘가능하면 투표하겠다’(22.8%) 등 투표 의향이 있는 유권자는 모두 84.3%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투표율 57%로 역대 최저였던 16대 총선(2000년) 때도 유권자의 82.6%가 투표 의향을 밝힌 바 있어 이 수치를 액면 그대로 믿을 수는 없다.

역대 총선 투표율은 12대 때 84.6%를 기록한 이후 13대 75.8%, 14대 71.9%, 15대 63.9%, 16대 57%로 계속 낮아져 왔고 2002년 6월에 실시된 지방선거에서는 48.8%까지 떨어졌다.

중앙선관위 구자선 홍보과장은 “선거법 개정으로 투표일이 수요일로 바뀌어 다음 선거부터는 ‘선거 연휴’ 현상이 많이 사라질 것”이라며 “선거는 민주주의 기본인 만큼 유권자들도 투표를 먼저 마치고 휴일을 즐기는 등 사명감을 발휘해 주기를 당부한다”고 말했다.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

길진균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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