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갈등 2라운드]崔대표 공천 영향력에 미련?

  • 입력 2004년 2월 23일 18시 45분


코멘트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는 23일 5일 만에 당무에 복귀했다. 그러나 첫날부터 공천 개입 논란에 휩싸였다.

최 대표가 이날 상임운영위원회의에서 박승국(朴承國·대구 북갑) 의원의 공천 탈락 과정을 설명하면서 ‘민감한’ 발언을 했기 때문.

그는 “박 의원이 구청장에 나갈 뜻을 비쳐 이를 김문수(金文洙) 공천심사위원장에게 전한 뒤 ‘본인 의사를 존중해 달라’고 했다”며 “그런데 김 위원장이 내 얘기를 깜빡했는지 충분한 설명 없이 박 의원을 공천 탈락 대상에 넣었다”고 말했던 것.

최 대표는 즉각 “개인 의견을 개진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에 나섰으나 당내에선 공천 심사 과정의 ‘최심(崔心)’ 개입 논란으로 번질 조짐이다.

▼관련기사▼
- 崔대표 “선대위 구성후 全大”

실제 최심 논란은 최 대표가 전날(22일) 기자회견에서 전당대회 전까지 공천 작업을 책임지겠다고 말하면서부터 표면화됐다. 최 대표가 공천 문제를 양보할 수 없는 ‘마지노선’으로 긋는 분위기가 감지됐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당내에선 최 대표가 신진 인사 공천에 입김을 행사해 당내 기반을 암암리에 구축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가시지 않고 있다. 한 중진의원은 “지금까지의 공천 결과를 보면 영남권을 중심으로 최소한 20%는 최 대표 사람으로 분류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최 대표 진영은 “음모적 발상”이라고 일축했다.

최 대표의 핵심 측근인 윤여준 여의도연구소장은 “누구 한 사람 마음대로 못하는 것이 공천의 특징”이라며 “이번 공천에서도 최 대표 뜻대로 된 게 거의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측근도 “당 내분 사태에서 최 대표는 김 위원장에게 전화 한 통 걸지 않았다”며 “최 대표가 공천심사위원회의 독립성을 인정한 것이 아니겠느냐”고 전했다.

당 지도부는 이런 논란에 개의치 않고 현역의원 공천 물갈이에 박차를 가한다는 자세다. 이와 관련해 벌써부터 이번 공천에서 현역의원 절반 이상이 물갈이될 것이라는 ‘4·15총선 현역의원 대학살’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한 고위 당직자는 “이미 내부적으로 지역구 90% 정도의 공천 작업을 마쳐 발표 시점만 보고 있다”며 “이미 발표된 우세후보자도 경쟁력이 떨어질 경우 교체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