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송호근/대통령부인像

  • 입력 2004년 2월 22일 19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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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옥천군 교동리에 있는 육영수 여사의 생가(生家)가 복원될 모양이다. 육 여사는 1974년 광복절 기념식장에서 문세광의 총탄에 맞아 비명에 돌아갔다. 당시 국민은 갑작스러운 사태에 가슴을 졸여야 했다. 객석에서 발사된 두 발의 총성과 경호실장이 허겁지겁 응사하는 장면이 TV를 통해 전국에 방영됐기 때문이다. 그때 유신을 반대하던 사람들도 육 여사의 죽음에 눈시울을 붉혔다.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극단적으로 갈린다. 반면 육 여사에 대해선 대체로 호의적이다. 육 여사는 종종 남편의 정치적 과욕을 비판하고 도덕적 해이를 감시하기도 했다. 그래서인가. ‘독재자의 부인’이기보다는 어렵고 지친 사람을 위로하는 ‘국모(國母)’의 이미지로 다가온다는 게 일반적 평이다. 물론 칼바람이 불었던 독재 치하에서 마음 씀씀이가 따뜻했던 육 여사가 대조적으로 비친 덕도 있겠으나, 박 대통령이 제일 두려워한 내부 야당이자 사회사업에 남다른 열정을 가진 조용한 내조자였다.

▷미국의 경우 퍼스트레이디 유형은 대체로 두 가지다. 빌 클린턴의 부인 힐러리가 ‘공개적 활동형’이라면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부인 로라 부시는 ‘밀착 내조형’으로 꼽힌다. 힐러리는 1993년 의료개혁을 주도했고, 백악관 내에서 틈새 권력을 행사했으며, 현재는 뉴욕주 상원의원으로 활약 중이다. 반면 밀착 내조형은 최고 지도자의 도덕성과 품위를 지키는 데에 역량을 집중한다. 남편의 바람기를 감시하거나 건강과 주변을 돌보는 전통적 아내의 역할이다. 미국인들도 이런 모습을 좋게 보는지 최근 인기도 조사에서 부시 여사가 6%를 얻어 여성 중 3위를 차지했다.

▷현 정권에서 대통령 부인의 역할은 무엇일까? 지난 1년을 돌아보는 이 시점에서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의 활동상은 그다지 뚜렷하게 떠오르지 않는다. 노무현 대통령이 워낙 가십을 많이 만들어낸 탓도 있겠으나 대통령 부인의 행보가 기사화된 적은 손에 꼽을 정도다. ‘밀착 내조형’이라고 할까. 그런데 작년 말 두어 차례 실린 짤막한 기사로 미뤄 보건대 권 여사는 아동문제에 관심이 많은 듯하다. 차제에 아동복지나 안전문제에 헌신하는 활동가형 대통령 부인으로 변신해 보면 어떨까.

송호근 객원논설위원·서울대 교수 hknsong@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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