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趙대표 “지배세력 교체라니… 盧가 궁예인가”

  • 입력 2004년 1월 30일 19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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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사극 ‘왕건’에서 궁예가 하는 소리 같다.”

민주당 조순형(趙舜衡) 대표는 30일 상임중앙위원회의에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전날 행정수도 이전과 관련해 지배세력 변화를 거론하며 ‘천도(遷都)론’을 주장한 데 대해 이같이 비판했다.

야당은 특히 노 대통령의 역사인식 문제까지 제기하고 있어 파문이 확산될 조짐이다.

▽대선 때는 행정수도, 총선 앞두고는 천도=행정수도 이전 공약은 2002년 9월 30일 노 후보의 중앙선대위 출범식 기자회견 때 제시됐다.

당시 임채정(林采正) 정책위의장이 행정수도 이전 계획안을 내놓았으며 선대위 내부에서 찬반 격론이 벌어졌으나, 노 후보가 이를 수용해 회견 내용에 포함시켰다.

열린우리당의 한 핵심 관계자는 “당시 지지율 하락으로 후보 지위가 흔들리던 때였다. 획기적인 반전책을 놓고 고심하다 정밀한 검토 없이 행정수도 이전을 공약으로 제시하게 됐다”고 말했다.

당시 행정수도 이전은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노 대통령은 ‘행정수도 이전 공약’을 ‘수도 이전’이나 ‘천도’라고 부르는 것 자체에 대해 “사안을 왜곡해 민심을 현혹시키려는 것”이라고 지적했었다.

이와 관련해 한나라당은 “말이 ‘행정수도 이전’이지 천도를 하는 것 아니냐. 수도권 공동화(空洞化)에 따른 경제 불안과 안보 불안을 초래할 것이다”고 노 후보측을 비난해 결국 양측은 공개 TV토론을 갖기 위해 협상까지 벌였으나 결렬됐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여권 내부에서조차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29일 김수환(金壽煥) 추기경이 열린우리당 정동영(鄭東泳) 의장에게 “행정수도 이전이라는 것이 결국 수도 이전이고 천도 아니냐”고 묻자, 정 의장은 “고려나 조선시대 의 천도와 이번 행정수도 이전은 분명히 다르다”고 대답했다.

그로부터 한나절도 지나지 않아 노 대통령의 ‘천도’ 발언이 나왔다.

▽야권, “노 대통령 역사관에 문제 있다” 공세=노 대통령은 대전 행사 후 오찬 간담회에서 행정수도 이전을 ‘사회 지배 권력의 향배에 관한 문제’이자 ‘새 세력이 국가 지배 터를 잡기 위한 천도’로 표현했다.

그는 “구세력의 뿌리를 떠나서 새 세력이 국가를 지배하기 위해, 터를 잡기 위해 천도가 필요했다”고 했으며 “민주화 남북통일 등은 앞의 대통령이 다 해버려 지방화는 내가 간판으로 좀 붙이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수도권(경기 안산 상록)에 지역구를 둔 민주당 김영환(金榮煥) 대변인은 “1700만 수도권 사람들은 졸지에 낡은 세력이 돼버렸다”고 비판했다. 한나라당 박진(朴振) 대변인은 “도대체 누구를 위한 지배세력 교체인가. 쿠데타적 발상으로 국민을 갈라놓고 나라를 뒤집어엎는 폭군 정치를 하겠다는 것이냐”고 지적했다.

이 밖에 민주화와 남북통일 문제가 이미 해결된 사안인지, 또 수도권 이전이 한 대통령의 역사적 업적을 위해 이뤄질 문제인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지적도 쏟아졌다.

이에 대해 청와대측은 “과거 역사에서 천도의 의미가 그만큼 큰 것임을 설명한 것이다. 행정수도 이전이 무슨 지배세력의 변화를 의미한다는 얘기가 아니다”고 해명했다.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행정수도 이전 관련 盧대통령 발언록▼

△신행정수도 부지 선정을 미루는 것이 총선에서 유리하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한나라당에서 그렇게 얘기하지만 그런 변수는 고려하지 않는다.(2003년 5월 1일·TV국정토론)

△신행정수도 건설을 주제로 지난 대선에서 좀 재미를 봤다. 신행정수도를 반대하면 한나라당이 정치적으로 계속 불리해질 수 있다. 행정수도를 이전한다고 하니까 천도(遷都)를 생각하는데 도시를 옮기는 게 아니고 기능의 일부를 옮기는 것이다.(2003년 11월 6일·신행정수도 국정과제회의)

△행정수도 이전에 대해 각 정당이 당론에서 차이가 없으면 정치적 성격의 문제가 되지 않는다.(2003년 11월 10일·4당 총무와의 회동)

△시대가 바뀌면 융성하는 지역도 이동한다. 앞으로 수십년간은 충청도가 각광받으며 한국의 중심지역이 되는 시대, 여건으로 따지면 이제는 충청도 시대다.(2003년 12월 5일·대전 충남도민 간담회)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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