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썬앤문 감세 지시 안했다”손영래 前국세청장 첫 공판

  • 입력 2004년 1월 12일 18시 32분


지난해 썬앤문그룹에 대한 감세를 지시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손영래 전 국세청장과 썬앤문으로부터 2억5000만원을 받고 로비 활동을 벌인 혐의로 기소된 세무사 박종일씨에 대한 첫 공판이 서울지법 형사합의23부(김병운·金秉云 부장판사) 심리로 12일 열렸다.

손 전 청장은 이날 “여러 건의 보고를 받는 과정에서 썬앤문의 추징세액에 대해 들었지만 자세한 기억은 나지 않는다”며 “서울지방국세청 감사관인 홍모씨가 내 지시라고 거짓말을 하며 감세를 주도한 것일 뿐 나는 감세를 지시한 적도 청탁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검찰이 “홍씨가 금방 들통이 날 것이 뻔한 거짓말을 왜 했겠느냐”고 묻자 손 전 청장은 “그것은 검찰이 밝혀야 할 부분”이라며 “검찰은 감세 과정에서 내가 직접적인 보고 라인에 있었다고 주장하나 관행에 의해 정보보고를 받았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손 전 청장은 또 “썬앤문에 대한 감세 사실은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뒤늦게 알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세무사 박씨는 “썬앤문그룹 김성래 부회장으로부터 받은 수임료 2억5000만원이 과다했던 게 사실이나 이 돈이 로비용인 줄은 몰랐다”며 “나중에 김 부회장이 돈을 갖다 주라고 하기에 홍씨에게는 5000만원을 줬으나 손 전 청장에게는 전달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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