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북한산관통 사패산터널 공사 강행

  • 입력 2003년 12월 22일 18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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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은 22일 경남 합천 해인사를 방문해 대한불교조계종 종정 법전(法傳), 총무원장 법장(法長) 스님과 만나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북한산 관통도로(사패산터널) 공사와 관련해 “공론조사를 생각했는데 참뜻이 전달되지 않아 이행할 수 없게 됐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따라 사패산터널 공사는 공론조사 없이 재개될 것으로 보이지만 시민환경단체의 강한 반발 때문에 진통이 예상된다.

노 대통령은 “지난해 대통령 선거 이전에 불교계의 입장을 듣고 공사를 백지화한다는 공약을 했는데, 대통령이 되고 나서 보니까 공사 진척이 많이 돼서 그 부분(터널공사)만 남아있었다”며 터널공사를 적극 반대해 온 불교계의 양해를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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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법전 스님은 “환경단체의 역할도 가볍게 생각할 수 없다. 그들을 잘 수용하고 포용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한 뒤 법장 스님에게 “대통령의 국정수행이 어려운데 잘 이해하겠다. 대통령의 뜻을 받들어서 국정수행에 잘 협력해 주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이날 노 대통령의 협조 요청에 대해 문재인(文在寅)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은 윤태영(尹太瀛)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시간이 지체돼서 공론조사를 하지 못하고 공사를 계속하게 된 데 대해 이해를 구한 것으로 받아들여도 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법장 스님은 17일 “불교계가 정부측이 제안한 공론조사를 거부한 것처럼 노 대통령이 책임을 전가하는 데 대해 유감이다”고 밝혔다.

한편 조계종의 한 관계자는 “이번 만남을 통해 조계종이 공론조사 없이 사패산터널 공사 재개를 허용했다고 봐도 무리가 없다”며 “대신 정부쪽에 북한산 사태와 같은 환경파괴적 개발의 재발 방지와 법적 제도적 정비를 요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관계자는 “23일 국무회의에서의 논의 결과를 보고 조계종의 최종 입장을 정하겠다”며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불교환경연대 등 시민단체가 모인 ‘북한산국립공원·수락산·불암산 관통도로 저지 시민·사회단체 연석회의’는 이날 성명을 내고 “정부가 특정 종교단체와의 협의를 통해 사패산터널 관통을 강행하려는 움직임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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