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찬 前원장 “행정수도 이전 신중해야” 국회에 서한

  • 입력 2003년 12월 15일 19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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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를 4개월 앞두고 충청권 표를 의식해 행정수도 이전을 서두르는 것 같아 걱정이다.”

이종찬(李鍾贊·사진) 전 국정원장이 최근 국회의원들에게 행정수도 이전 문제를 신중하게 검토할 것을 촉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이 전 원장은 서한에서 “독일 통일 이후 베를린으로의 천도(遷都) 문제가 가장 먼저 대두됐다. 베를린을 수도로 확정한 독일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고 운을 뗐다.

당시 동독 출신 의원들은 베를린을 고집했고 베를린에서 멀리 떨어진 서독 지역 출신 의원들은 베를린 천도에 부정적이었다는 것.

이 전 원장은 “장장 11시간에 걸친 격론 끝에 집권 기민당의 내무장관인 볼프강 쇼이블레가 ‘통일 독일의 민주주의와 자유의 상징은 베를린’이라는 명연설을 했고, 투표 결과 338 표 대 320표로 베를린이 통일 독일의 수도로 확정됐다”면서 “수도 이전 문제는 원대한 시야를 갖고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도 이전 문제는 통일 이후까지 내다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서울은 한반도의 중심인데 과연 통일 이후에도 남쪽으로 수도를 옮기는 게 옳은 방향인가. 또 2030년 신행정수도가 생길 무렵 통일이 실현된다면 어떻게 될까”라고 반문했다.

그는 “국민적 합의 없이 대통령 공약에 포함됐다고 총 45조6000억원의 예산이 소요되는 행정수도 이전을 무조건 관철하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다”고 경고했다.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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