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신임 투표안 憲訴대상 아니다” …헌재 5대4로 각하

  • 입력 2003년 11월 27일 18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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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주심 권성·權誠 재판관)는 27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재신임 국민투표 제안이 위헌이라며 이만섭(李萬燮) 전 국회의장 등이 낸 3건의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9명 가운데 5명의 의견으로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각하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노 대통령이 지난달 국회 시정연설에서 재신임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고 밝힌 것이 위헌인지에 대한 헌재의 판단은 내려지지 않았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기 위해서는 공권력의 행사로 인해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받은 사람이 있어야 한다”며 “노 대통령의 입장 천명은 국민투표 공고와 같은 법적인 효력이 있는 행위가 아니라 단순한 정치적 제안을 피력한 것에 불과한 만큼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 ‘공권력의 행사’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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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재판관 9명 중 4명은 ‘대통령의 국회 발언이 헌법소원의 대상이 될 뿐만 아니라 국민투표를 실시해 대통령의 재신임 여부를 묻는 것이 위헌’이라는 의견을 내 앞으로 노대통령이 재신임 국민투표를 실시해 유사한 헌법소원이 제기되면 헌재의 위헌 여부 판단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위헌 의견을 낸 김영일(金榮一) 재판관 등 4명은 “대통령이 국민투표 계획을 국민 앞에 공표한 것은 국민투표에 관한 단순한 준비행위나 정치적 제안의 수준을 넘어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는 명백한 의사를 대외적으로 표시한 것인 만큼 공권력의 행사에 해당된다”고 밝혔다.

이들 재판관은 또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재신임 여부는 국민투표의 대상을 규정한 헌법 72조의 ‘중요정책’에 포함되지 않는 만큼 국민투표의 형식으로 자신에 대한 재신임을 확인하고자 하는 것은 국민투표제를 위헌적으로 사용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헌재의 이날 각하결정에 대해 이 전 의장은 “국정혼란만 가중시킨 무책임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이태훈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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