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 주재 北대사 "강력한 핵 억지력 있다"

  • 입력 2003년 11월 7일 15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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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미국의 어떠한 공격도 저지하기에 충분할 정도의 강력한 핵억지력을 보유했고 이를 사용할 준비가 돼 있다고 리용호 영국 주재 북한 대사가 6일 밝혔다.

리 대사는 이날 런던에서 로이터 통신과 가진 부임 이후 최초 인터뷰에서 북한이 핵폭탄을 갖고 있느냐는 물음에 "우리가 말하는 것은 핵억지 능력"이라며 "북한은 자위를 위해서만 이를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실전 배치할 핵무기를 갖고 있다고 분명하게 언급한 것은 리 대사의 발언이 처음이라고 이 통신은 지적했다. 북한은 지난달 "적절한 시기가 되면" 핵억지력의 존재를 보여줄 수 있는 준비가 돼있다고 밝혔었다.

핵억지력은 1994년 북한과 미국의 제네바 기본합의로 핵프로그램을 동결하기 이전에 추출해 최근 재처리한 플루토늄으로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리 대사는 지난달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핵프로그램의 종결과 대북 안전보장 문서화 방안을 맞교환하자는 제안에 대해 "당초 요구했던 공식적인 불가침조약 체결 요구를 양보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의 제안이 진심인 것으로 평가되면 6자회담을 재개할 태세가 돼 있다"며 "다만 워싱턴은 '평화공존'과 '동시행동'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측이 핵 폐기와 체제보장 조치를 동시에 취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리 대사는 "미국이 경수로 건설을 중단한 것은 워싱턴이 핵위기를 완화하기 위한 진지한 자세가 있는지를 의심하게 한다"며 "경수로 건설 중단은 6자회담 진행에 아주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때문에 차기 6자회담 일정을 말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리 대사는 외무성 참사로 근무하다 9월 영국에 파견됐고 북한의 미국 전문가로 북한 외교를 이끌어갈 차세대 주역으로 주목받고 있다. 북한과 영국은 2000년 12월 대사급 외교관계를 맺었다.

이진기자 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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