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북한의 태도 변화를 주목한다

  • 입력 2003년 10월 26일 18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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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제시한 체제안전보장 방안에 대해 북한이 “고려할 용의가 있다”고 밝힌 것은 주목할 만한 태도 변화다. 엊그제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이에 대해 뉴욕 접촉선을 통해 미국측에 전달했으며 미국의 진의를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체제보장안을 놓고 북-미간에 논의가 진행 중임을 시사하는 발언이다. 이로써 가까운 시일 내에 6자회담이 재개될 가능성도 한층 높아졌다.

북한의 이번 입장 표명은 북-미 불가침조약을 체결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에서 한 걸음 물러선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 점에서 일단 긍정적이다. 북한이 가능성 없는 불가침조약을 고집하는 한 핵문제는 해결되기 어렵다. 그동안 이 문제를 놓고 한 치의 양보 없이 대치해 오던 북-미 양측이 이번 일을 계기로 협상의 돌파구를 찾기 바란다. 북한측 설명대로 “문제를 하나하나씩 풀어가는 과정을 통해 신뢰를 쌓고 공존의 기초를 마련할 수 있게”된다면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방안이 아무리 어렵더라도 찾지 못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물론 섣부른 낙관은 금물이다. 미국의 체제안전보장 제안에 대해 북한이 “동시행동 원칙에 기초한 일괄타결안을 실현하는 데 긍정적인 작용을 하는 것이라면”이라고 전제한 것도 앞으로의 협상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한다. 미국의 제안은 북한이 먼저 핵 폐기에 진전을 보일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협상이 순조로울지 여부는 역시 북한에 달려 있다. 북한은 이번에 대화의지를 내비친 만큼 협상의 자세를 일관되게 보여야 한다. 당장 이틀 후로 다가온 우방궈(吳邦國)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의 방북 때부터 차기 6자회담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 변화를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미국을 비롯한 한반도 주변 4개국이 공동으로 북한의 체제안전을 서면으로 보장해 주겠다는 방안은 북한에 더 없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이번에야말로 북한이 그 기회를 놓치지 않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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