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宋씨 사전구속영장 청구]宋씨 반성거부… 검찰“원칙대로”

  • 입력 2003년 10월 21일 18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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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송두율씨가 이날 서울지검에 출두하며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
21일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송두율씨가 이날 서울지검에 출두하며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놓고 논란을 빚어온 재독 학자 송두율(宋斗律)씨에 대해 검찰이 21일 사전구속영장을 전격 청구함에 따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전구속영장 청구 배경=송씨 처리를 놓고 고심해온 검찰이 ‘상황논리’보다는 ‘법의 기준’을 택한 결과로 해석된다. 선처 뉘앙스가 깔린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국회 발언과 관용을 요구하고 있는 일부의 요구보다는 ‘객관적인 혐의사실에 따라 법을 적용해 사법처리한다’는 검찰권 행사의 원칙을 우선적으로 적용한 것으로 보인다.

송씨 사건이 지닌 ‘사안의 중대성’도 구속영장 청구의 또 다른 배경으로 볼 수 있다. 송씨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는 여느 국보법 위반 사범들에 비해 가장 무거운 것으로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나고 있다.

거물급인 송씨를 원칙대로 처리하지 않을 경우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 핵심간부 등 다른 국보법 위반 사범과의 형평성 문제도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검찰은 앞으로 국보법 위반 사건을 처리하면서 상당한 제약을 받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실제 송광수(宋光洙) 검찰총장은 ‘만약 송씨 사건을 원칙대로 처리하지 못한다면 검찰은 끝이다’는 인식을 가졌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또 송씨 사건을 편법으로 처리할 경우 내부 구성원인 검사들의 반발 등도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외부의 비난을 우려한 검찰의 고육지책으로도 해석된다. 원칙과 관행대로 처리해 ‘공’을 법원으로 넘김으로써 편법 처리에 따른 비난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의도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망=검찰은 송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기소 전까지 30일간 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계속할 수 있다. 일반 형사사건의 구속 피의자라면 검찰의 보강 수사를 거쳐 기소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송씨의 경우 다양한 변수에 의해 처리 방향이 180도 급선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검찰은 우선 기소 전까지 ‘북한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임명돼 활동했다’는 송씨의 핵심 범죄혐의를 뒷받침하는 각종 증거를 보강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검찰이 송씨를 기소하느냐 여부. 검찰 관계자는 “송씨에 대해 구속영장이 청구됐지만 기소 여부는 별개”라고 언급했다. 송씨가 향후 수사 과정에서 어떤 태도를 보이느냐에 따라 공소보류, 기소유예 등 불기소 처분될 수도 있다.

송두율씨 사건 일지
9월 22일-‘해외 민주인사 한마당’ 행사 참석차 37년 만에 귀국
23일-송씨, 국가정보원에 자진 출두. 국정원, 김철수 여부 조사
24일-국정원, 송씨 출국정지 요청. 강금실 법무장관, “김철수라 하더라도 처벌할 수 있겠느 냐”고 발언
28일-송씨, 국정원에 준법의사 소견서 제출
29일-국정원, 송씨가 73년 노동당에 입당한 사실 확인
10월 1일-국정원, 국회 정보위 국정감사에서 “송씨가 북한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이다”고 보고
2일-송씨, 후보위원 사후 인지했지만 실질적 활동은 안했다고 주장
13일-노무현 대통령, 국회 시정연설에서 “송씨 처리 여유와 포용력 보여줘야 한다”고 언급
14일-송씨, 노동당 탈당 및 독일 국적 포기 공개 선언
21일-검찰, 송씨에 대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사전구속영장 청구

이태훈기자 jefflee@donga.com

▼박만 서울지검1차장 문답▼

송두율씨의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 수사를 지휘한 박만(朴滿·사진) 서울지검 1차장검사는 21일 “검찰은 송씨가 북한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이라고 판단했으며, 사안이 중대해 구속영장 청구가 불가피했다”고 말했다.

다음은 박 차장검사와의 일문일답.

―송씨는 전향의사를 보이지 않았나.

“오늘까지도 노동당 가입과 금품수수 외에는 아무 잘못이 없다고 말했다.”

―국가정보원에서 송치된 것 이외에 송씨가 후보위원이라는 증거가 더 있나.

“국정원에서 온 것도 있고, 다른 것도 있다.”

―북한으로의 특수탈출 횟수는….

“18회 이상인 것은 맞다. 20여차례라고 지난번에 말했는데, 이 가운데 일부는 공소시효가 살아있고 일부는 완료됐다.”

―구속이 꼭 기소로 이어지나.

“(구속했다고 해서) 반드시 그런 건 아니다. 상당수는 기소되지만… 절차상으로는 기소유예나 공소보류도 가능하다.”

―송씨는 북한 노동당의 ‘간부’와 ‘지도적 임무’ 중 어느 것에 해당되나.

“우리는 간부와 지도적 임무 둘 다 해당된다고 봤다.”

―구속한 것은 조사를 더 하기 위한 것인가, 아니면 검찰의 엄벌 의지를 대외적으로 천명한 것인가.

“조사를 더 해봐야 한다. 송씨 사건은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이기 때문에 기소 전까지 30일간 구속할 수 있다.

―구속영장 범죄사실의 양은 얼마나 되나.

“70페이지 정도 된다.”

―노무현 대통령이 국회에서 송씨에 대한 선처를 언급한 점도 고려했나.

“고려했지만 사안이 중대해 사전영장을 청구했다.”

이태훈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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