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각-청와대 조기개편 물살타나

  • 입력 2003년 10월 20일 19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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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건(高建) 총리가 20일 국회에서 ‘정치권 합의’를 전제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에게 조기 내각 개편 건의를 할 용의가 있다고 밝히고 나섬으로써 조기 개각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여기에다 이광재(李光宰) 대통령국정상황실장의 사표 제출 이후 통합신당측이 추가 물갈이 대상으로 청와대 내의 ‘3인방’을 지목하고 나서 청와대 조기개편론도 급물살을 타는 분위기다.

▽통합신당, 청와대 조기 개편 압박=통합신당의 청와대 쇄신 목소리는 당초 이 실장 등 386 핵심측근들의 ‘아마추어리즘’을 겨냥했으나 점차 전면적인 인적쇄신으로 확산되는 기류다.

이 실장 한 사람만 자르고 꼬인 국정을 수습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신당 핵심에서 P씨 등 386 참모에 대한 추가경질은 물론 일부 고위층 인사까지 정조준하고 나서자 청와대는 사태를 예의주시하면서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다.

이와 관련해 통합신당측의 한 의원은 “국정쇄신 논란이 장기화될 경우 필연적으로 정무라인 등에 대한 개편요구가 거셀 것이 뻔하며 결국 비서실 전면 개편까지 감수해야 한다”고 압박을 가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의 한 핵심관계자는 “대통령이 국민에게 사죄를 하고 자리까지 내건 마당에 우리가 무슨 얘기를 할 수 있겠느냐”면서 “감히 누가 누구에게 잘못했다, 잘했다고 할 수 있느냐. 대통령 결단에 따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사표를 제출한 이 실장은 강원도 오대산의 한 산사에 칩거하면서 자신의 거취를 정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386 참모는 “이 실장이 잠시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든지, 아니면 내년 총선에 고향(강원 평창)에서 출마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정무-민정라인 대폭 손질 불가피=청와대 안팎에서는 구조조정 1순위로 대국회관계 업무에 서투르다는 지적을 받아온 정무수석실을 꼽고 있다. 노 대통령 측근 비리와 친인척 관리를 소홀히 했다는 지적을 받아온 민정수석실도 수술대에 올라야 할 판이다.

백화점식의 잡다한 민정수석실 업무를 대폭 줄이든가, 일부 문제인사들을 정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터져 나오고 있다.

새 정부 출범 8개월이 지나도록 정체성을 확립하지 못한 국민참여수석실과 대통령 국정과제라는 큰 그림에 매달려 정작 현안인 부처 업무조율에는 미흡했던 정책실의 기능 조정도 피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내각 개편론 총선구도와 맞물려 관심=내각의 경우는 내년 총선 일정과 맞물리면서 대폭 개각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높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통합신당에서 차출을 거론하는 장관들의 거취가 이참에 정리돼야 하고 업무 추진 과정에서 문제점이 드러난 장관들에 대한 문책성 인사가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국정쇄신을 위해 총리를 포함한 주요 장관들의 교체로 사실상 조각(組閣) 수준의 인적쇄신을 거론하기도 한다. 이 관계자는 “코드인사를 고집하는 바람에 문제가 됐던 장관과 업무능력이 뒤떨어지는 장관들은 이번에 자연스레 교체될 것”이라고 말했다.

총리실은 이날 고 총리의 국회 발언에 대해 “언제든지 총리도 물러날 수 있다는 각오를 밝힌 것”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그러나 청와대 안팎에서는 “총리를 포함해 김진표(金振杓) 경제부총리와 윤덕홍(尹德弘) 교육부총리 등 전면적인 개편이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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