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청와대 취재 거부 옳지 않다

  • 입력 2003년 9월 22일 18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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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의 아파트 관련 의혹을 보도한 본보에 대한 청와대의 대응방식은 수긍하기 어렵다. 이병완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은 ‘악의적 보도’라며 홍보수석실에 동아일보 취재에 일절 응하지 말라고 지시했는데, 지나치게 감정적인 대응이 아닌가. 국정의 주요 뉴스 생산지에 대한 취재 봉쇄는 국민의 알 권리를 가로막는 중대한 언론자유 침해다.

이번 보도의 본질은 권 여사가 아파트 미등기 전매를 했는지, 또 당시 국회의원에 당선됐던 노무현 대통령이 이에 따른 공직자 재산신고를 제대로 했는지 의혹을 제기하고 진상 규명을 강조한 것이다. 대통령 주변의 과거와 현재에 대해 의혹상태에서부터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언론의 당연한 권력 감시 기능이다. 실제로 청와대는 이 보도 후 분양권 전매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지만 재산신고는 빠뜨렸다고 시인했다. 본보는 청와대의 입장을 빠짐없이 보도했다.

그런데도 어떻게 1면 톱과 3면 박스로 쓸 수 있느냐는 등 기사의 크기와 배치 문제를 거론하며 취재 불응 조치까지 내린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기사를 얼마나 비중 있게 다루느냐는 전적으로 신문사 편집권에 속하는 사항이다. 그에 대한 평가는 청와대가 아닌 독자의 몫이다.

이 수석은 특히 ‘대통령을 떨어뜨리고 실패하게 하려는 발로’ ‘대통령 상처주기 위한 발로’ ‘간부들의 편견’ ‘사회적 흉기’ 등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막말을 쏟아 냈는데 자신의 말에 책임을 져야 한다. 이는 83년간 사회의 공기(公器) 역할을 자임해 온 본보의 자긍심을 철저히 무시하는 발언으로 본보에 대한 명백한 명예훼손이다.

거액 소송에 이어 취재 거부까지 하는 청와대의 특정 신문을 향한 적대(敵對)적 자세가 언제까지 계속될지 우려된다. ‘건전한 긴장관계’여야 할 권언(權言)관계가 가파른 대치상태로 가는 것은 누구에게도 바람직스럽지 않다. 우리는 이런 거북한 상황이 어떻게 정리되는지 지켜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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