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경제공동체' 학술대회]"東北亞 블록화때 무역늘어"

  • 입력 2003년 9월 21일 17시 54분


19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동북아의 경제협력과 경제공동체 형성’을 주제로 열린 한중일 국제학술대회에서 참석자들이 자유무역협정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변영욱기자
19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동북아의 경제협력과 경제공동체 형성’을 주제로 열린 한중일 국제학술대회에서 참석자들이 자유무역협정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변영욱기자
《동아일보 부설 21세기 평화연구소와 고려대 부설 동북아경제경영연구소는 일본 와세다대 아시아태평양연구센터 및 현대한국연구소, 중국 베이징대 중국경제연구센터와 공동으로 19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동북아의 경제협력과 경제공동체 형성’을 주제로 국제학술대회를 열었다. 한중일 세 나라의 저명한 학자 등 26명이 주제발표자와 토론자로 참석한 이날 대회에서는 동북아시아의 경제협력을 강화했을 때 생기는 효과에 대해 진지한 토론이 벌어졌다. 특히 세계 경제의 5분의 1을 차지하는 3개국이 각국의 장점을 살리는 방향으로 경제공동체를 형성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열띤 토론과 함께 입체적인 분석이 이뤄졌다.》

▼동북아 FTA 성공전략 ▼

▽우라다 슈지로(浦田秀次郞) 와세다대 교수=동북아시아에서는 1990년대 후반부터 FTA를 체결하려는 움직임이 시작됐다. 일본 연구진이 한중일간의 FTA를 시뮬레이션으로 분석한 결과 한국이 가장 큰 이득을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경제협력이 이뤄지면 시장이 확대되고 자국내의 개혁도 빨라진다. 또 자국뿐만 아니라 상대국의 이익이 증가하는 효과도 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각 나라에서 시장경제의 자유화를 위한 노력을 꾸준히 해야 하고 △정치가와 기업인, 학자뿐만 아니라 학생까지 포함한 광범위한 인적교류가 필요하다.

▽루펑(盧鋒) 베이징대 교수=동아시아 경제는 지역중심화가 다른 지역보다 낮다. FTA를 포함한 지역경제협력이 필요한 이유다. 그동안 한중일 사이에는 부품을 중심으로 한 ‘상품 내 교역(IPS)’이 활발했다. 중일, 한중 무역의 3분의 2를 각각 차지했다. 이는 각국의 기술 수준과 생산비 등이 달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북아에서 FTA를 체결해 경제협력의 범위를 넓히는 데에는 장애물이 많다. 우선 제도적으로 협력했던 경험이 부족하다. 또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유럽연합(EU) 등과 같은 강력한 리더십이 없는 것도 걸림돌이다.

▽이종화(李鐘和) 박인원(朴仁元) 고려대 교수=동아시아에서 경제 블록화가 이뤄지면 무역창출이라는 긍정적 효과보다 배타성이 커지고 세계시장에서 고립될 것이라는 지적이 있다. 우리는 각 나라에서 그동안 경제협력을 통해 얻은 무역창출 효과를 분석했다. 경제뿐만 아니라 사회적 역사적 요소까지 반영한 ‘중력모델’로 분석한 결과 무역량이 70% 정도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FTA를 체결하지 않은 국가와의 무역량을 잠식하지 않고도 전체 무역량을 늘릴 수 있다는 이야기다. 따라서 동아시아의 무역협정은 범세계적인 자유무역협정을 위한 디딤돌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中 투자집중과 동북아 ▼

▽장젠핑(張建平) 중국 국가발전개혁위 연구위원=중국에 다국적 기업등 외국인 직접투자가 급격히 늘어난 것은 1993년부터다. 처음에는 투자형태가 합자 합작 등이었으나 최근 독자기업 형태가 많다. 현지화도 급진전되고 있다. 28개 글로벌 기업이 베이징(北京) 상하이(上海) 등에 지역본부를 뒀다. 작년에는 중국의 FDI 실적이 미국을 앞섰다. 중국에 직접투자가 늘어나는 것은 동북아 전체의 경제력을 향상시켜 EU 및 NAFTA와 함께 세계 3대 경제축으로 발돋움하는 데 긍정적인 효과를 줄 것이다.

▽기노시타 도시히코(木下俊彦) 와세다대 교수=중국은 ‘세계의 공장’으로 불린다. 또 약 400개의 연구개발(R&D) 센터가 있다. 일본 기업도 앞 다투어 중국에 투자를 했다. 이 때문에 일본은 ‘차이나 쇼크’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기업의 ‘탈(脫) 일본’ 열풍으로 중소기업이 도산하고 제조업의 공동화(空洞化)가 심해졌다. 하지만 제조업 외의 분야에서는 긍정적 효과도 있었다. 규제가 완화되고 개혁에 대한 요구도 커졌다. 또 최근 ‘일본 경제가 바닥을 쳤다’는 조짐이 보이면서 일본 안에서 중국 위협론은 점점 희미해지고 있다.

▽장세진(張世進) 고려대 교수=중국에 진출한 다국적 기업과 신흥 중국 기업의 경쟁구도도 다양해졌다. 과거에는 ‘하이테크(high tech)=다국적 기업’ ‘로 테크(low tech)=중국 기업’이었으나 최근에는 이런 구도가 깨지는 추세다. 문제는 많은 외국계 기업이 중국시장을 너무 단순하게 여긴다는 것이다. 특히 △중국은 ‘하나의 시장’이 아니라 해안과 내륙, 남부와 북부가 다른 ‘이질적 시장’이고 △변화의 속도가 빠르고 규모가 크며 △뇌물이나 인맥 등에 기대는 ‘관계(關係·콴시)’의 약발도 떨어지고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또 산업시설의 과잉 투자 문제도 지적되고 있다.

송진흡기자 jinhup@donga.com

차지완기자 cha@donga.com

▼종합 토론 ▼

안충영(安忠榮)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이 사회를 맡은 종합토론에서 참석자들은 한국과 중국, 일본의 상호보완적 경제협력 및 통합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한국측 패널로 나선 이창재(李昌在)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동북아경제협력센터 소장은 “통화통합까지 이룬 EU나 NAFTA를 체결한 미국과 캐나다, 멕시코 등이 추가로 회원국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는 등 지역주의 경제체제가 대세”라며 “중국과 일본의 중간자 역할을 할 수 있는 한국이 경제공동체 형성을 촉진시키는 촉매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배인준(裵仁俊) 동아일보 수석논설위원은 “한국 정부가 내건 ‘동북아 경제 중심’이라는 구호는 자칫 내실을 추구하기보다 주변국들의 경계를 불러일으키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다”며 “한국 입장에서는 이 같은 희망적 당위론보다는 경쟁력 제고 등 내실 있는 노력을 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3국간 경제공동체 형성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린이푸(林毅夫) 베이징대 부설 중국경제연구센터 주임은 “한국과 중국, 일본은 경제 발전 수준이 다른 만큼 경제통합을 이루면 시너지 효과가 크다”면서도 “한국이나 일본은 농업개방에 소극적인 데다 위안화 평가 절상 문제 등에 대해 과도한 압력을 넣고 있어 경제협력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샤오지(張小濟) 중국 국무원발전연구센터 연구위원은 “한국과 일본은 농업 개방 문제가 거론될 때마다 농민단체를 의식해 솔직하지 못한 자세를 취할 때가 많다”며 “유럽이 EU를 결성할 때 철강이나 석탄 문제를 솔직한 대화로 해결했다는 점을 참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야마다 아쓰시(山田厚史) 아사히신문 경제전문기자는 “경제공동체 형성을 위해서는 한중일 3국이 자주 만나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상설기구가 생겨야 한다”며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 국가들이 벨기에 브뤼셀에 본부를 만들고 통합을 이룬 것을 참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후카가와 유키코(深川由起子) 도쿄대 교수는 “동북아 3개국의 경제 협력은 평화를 담보하는 도구가 될 수 있는 중요한 문제”라며 “EU 통합을 위해 독일이 마르크화를 포기하는 등 ‘희생의 리더십’을 발휘한 것처럼 3국이 각각 손해를 본다는 생각을 해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 밖에 1부 주제발표 뒤 소(小)토론에서는 동아시아의 FTA가 ‘아세안+3(한국 일본 중국)’ 전략에서 미국을 포함한 ‘아세안+4’ 형태로 진행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또 ‘중국+아세안’ ‘일본+싱가포르’ 등의 협력과정에서 한국이 소외되고 있으며 이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으면 큰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2부 토론 중에는 △중국에 직접투자가 집중돼 한국과 일본의 산업 공동화가 심해지고 △지적재산권 보호 장치가 부족해 외자기업이 기술이전을 꺼리며 △인민폐 중심의 결제 수단도 투자활성화의 걸림돌이라는 지적이 화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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