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병파병 혼선 가중…盧-정부관계자 입장 정리못한채 이견

  • 입력 2003년 9월 17일 18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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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의 주요 현안인 이라크 전투병 추가 파병 문제에 노무현(盧武鉉) 정부가 체계적으로 접근하지 못하고 청와대 내에서도 다른 목소리가 나오는 등 혼선이 가중되고 있다.

이 같은 사안은 먼저 한미간에 사전조율을 거쳐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등 공식기구를 통해 정책방향을 구체화한 뒤 야당과 국민을 설득해 국론을 모아가는 절차를 밟아야 하는데도 이런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는 것이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은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이 문제를 주도적으로 해결해 나가야 할 위치에 있음에도 여론의 추이 등 상황에 기대어 돌파구를 찾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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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상황에서 유인태(柳寅泰)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의 파병 반대 돌출발언(본보 17일자 A1면)은 국내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는 것은 물론 외교적인 파문으로까지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관계 전문가들은 정부가 앞으로 파병문제에 대해 정책결정을 내리기 전에 △한미동맹 관계에 미칠 영향 △경제적인 실익 △우리나라의 국제적인 위상 변화 △아랍권과의 관계 설정 등을 면밀히 따진 뒤 국론통합 방안까지 미리 마련하는 세심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노 대통령은 17일 광주 전남지역 언론과의 합동 회견에서 “국민 사이에도 의견이 갈려 있고 내 주변에도 의견이 갈려 있어, 어느 쪽으로 결정을 하더라도 나라가 시끄러울 것”이라며 파병 문제에 대해 쉽게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윤영관(尹永寬) 외교통상부 장관도 이날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이라크 파병 요청에 대해 “파병하는 것도 고려하고, 파병하지 않는 것도 고려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노 대통령과 정부 고위 관계자들의 발언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이 같은 애매한 태도가 이라크 파병을 둘러싼 혼선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민주당 최명헌(崔明憲) 의원은 “외교나 국방 문제는 한목소리가 중요한데 정부 당국자의 말이 제각각이어서 국민이 우왕좌왕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한나라당 이경재(李敬在) 의원도 “정부가 확고한 철학과 의지를 갖고 결단을 내려야지, 여론 눈치를 보면 해결이 점점 더 어려워진다”고 지적했다.

정부 외교안보 라인의 한 당국자는 “유 수석의 파병 반대 발언은 미국과 적대관계에 있는 국가가 미국의 요청을 거절할 때도 상상하기 어려운 행동”이라며 “먼저 노 대통령이 국익에 입각해 현실적인 결단을 내린 뒤 국민을 설득하고 지지를 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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