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노조-정부 정면충돌 비상

  • 입력 2003년 5월 21일 18시 41분


공무원 노조와 한총련 불법시위에 관한 질문이 이어지자 김두관 행정자치부 장관이 이마의 땀을 닦아내며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다.-땀 닦는 행자부장관
공무원 노조와 한총련 불법시위에 관한 질문이 이어지자 김두관 행정자치부 장관이 이마의 땀을 닦아내며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다.-땀 닦는 행자부장관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의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하루 앞두고 전공노와 정부가 각각 기존의 방침을 재확인함에 따라 공무원노조를 둘러싼 양측의 충돌이 6개월여 만에 재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러나 정부는 전공노가 자치단체 청사 안에 투표소를 설치하고 투표를 강행해도 경찰 등을 동원해 강제로 투표를 막지는 않는다는 방침을 정해 투표 과정에서 물리적 충돌이 빚어지지는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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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봉천 전국공무원노조 위원장이 21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동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파업찬반투표 돌입 기자회견을 열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연합

▽전공노 파업 재천명=전공노는 21일 서울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예정대로 22일과 23일 이틀간에 걸쳐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강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공노는 투표결과 쟁의행위 돌입이 가결되더라도 즉각적인 파업은 벌이지 않고 구체적인 파업일시는 6월 30일을 넘기지 않는 한에서 위원장에게 일임하기로 했다.

차봉천 전공노 위원장은 이에 대해 “다음 달 16일까지 정부와 협상을 시도한 뒤 더 이상의 대화가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서면 교섭결렬을 선포하고 즉각 파업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전공노는 또 파업시 연가신청 여부나 시한부 또는 무기한 파업여부, 필수요원 파업제외 여부 등은 상황에 따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정부 강경 대응 재확인=김두관(金斗官) 행정자치부장관은 이날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전공노가 찬반투표를 강행할 경우 주동자에 대해서는 엄중 문책하겠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공무원 노조는 쟁의행위 찬반투표와 같은 일체의 불법 집단행동 계획을 중단하라”며 “공무원의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법에 따라 단호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장관은 또 “관련법이 제정되기도 전에 단체교섭을 요구하고, 노동3권 보장 등 선진국 수준에서도 받아들이기 어려운 요구를 하고, 파업 찬반투표 등 불법행위를 한다면 노조 스스로 국민에게 버림받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행정자치부는 전공노가 찬반투표를 강행할 경우 ‘노동운동 등 기타 공무 이외의 일을 위한 집단적 행위 금지’를 규정한 국가공무원법 제66조 및 지방공무원법 제58조를 위반하게 돼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미만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 장관은 “전공노가 투표소를 설치하고 투표를 하더라도 경찰을 동원해 막지는 않을 것”이라며 “다만 투표 과정에서 증거를 철저히 수집해 주동자에 대해서는 사후에 법에 따라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전공노의 요구와 경과=전공노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공무원노조 법안과 관련해 △단체행동권을 포함한 노동3권 완전 보장 △특별법 형태가 아닌 일반 노동관계법 개정 △전공노를 유일 교섭단체로 인정하고 노·정 교섭단 구성을 통한 정부와의 직접 교섭 등 자신들의 요구를 다시 한번 밝혔다.

전공노는 “정부의 공무원노조 입법 방안은 공무원 노동자들의 공직 사회 개혁과 노동3권 보장의 기대를 저버리고 현 정부가 밝힌 사회 통합적 노사관계 구축의 개혁의지를 후퇴시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공노의 요구 수위는 지난해 11월 연가투쟁을 벌일 때에 비해 한층 강해진 것으로 평가된다.

새 정부 출범 전까지만 해도 사실 전공노의 1차적 요구는 노조명칭 허용에 집중됐다. 이에 따라 지난해 9월 행자부가 국회에 제출한 공무원노조법안에 대해서도 노조명칭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한 것에 대해 집중적인 문제를 제기했다. 물론 당시에도 노동3권 보장을 요구하기는 했으나 지금처럼 완강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새 정부가 노조명칭을 허용하기로 방침을 변경하면서 전공노의 1차적인 요구도 노동3권의 완전한 보장으로 바뀌었고 지난달부터는 자신들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파업을 불사하겠다며 정부를 압박해왔다.

이에 따라 20일 노동부가 발표한 입법안의 경우 단결권과 단체협약권을 인정하는 등 행자부의 법안보다 크게 양보해 노동3권 중 단체행동권을 제외하고는 상당 부분 수용했지만 전공노의 높아진 수요에는 미치지 못할 수밖에 없었다.

이현두기자 ruch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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