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 정책보좌관제 '대선 논공행상用' 논란

  • 입력 2003년 5월 20일 18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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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인설관(爲人設官)’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는 장관 정책보좌관 내정인사들의 면면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이들 중에는 당초 제도 도입 취지인 ‘정책전문가’보다는 대선 기여도가 높은 정치권 인사들이 많아 논란이 예상된다.

10여명을 내정할 계획인 대통령 특별보좌관 자리가 내년 총선을 겨냥한 사전 포석이라면 장관 정책보좌관은 대선 때 빚진 사람들에 대한 ‘선심’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치권과 시민단체 출신 대거 포진=정부는 ‘정책보좌관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정’ 제정안을 지난달 초 국무회의에서 의결해 부처마다 2∼4급의 일반 계약직이나 별정직 공무원을 임명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이들은 중앙인사위원회 검증을 거쳐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에는 각 부처에서 정식으로 활동할 예정이지만 이미 근무하고 있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이들 중에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각별한 관계를 갖고 있는 정치권 출신 인사들이 적지 않다. 허성관 해양수산부 장관 정책보좌관으로 내정된 윤후덕(尹厚德)씨는 지난 대선 때 민주당을 탈당해 한나라당으로 옮긴 김원길(金元吉) 의원 보좌관 출신으로 노 후보 선대위 부대변인을 지냈고 이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경제1분과 전문위원으로 활동했다.

또 진대제(陳大濟) 정보통신부 장관 정책보좌관으로 내정된 최수만씨는 민주당 정책위원회 전문위원으로 활동하면서 노 후보의 대선공약을 만드는데 역할을 했다. 노 후보 언론특보 출신으로 청와대 소식지인 ‘청와대브리핑’ 제작 책임자였던 박종문(朴鍾文) 전 국정홍보비서관은 일단 외교통상부 장관 정책보좌관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권기홍 노동부 장관 정책보좌관은 인천지역 노동운동가 출신으로 한나라당 서상섭 의원 보좌관을 거쳐 인수위 때 사회문화여성분과 간사였던 권 장관 비서 역할을 했던 고성범씨 및 민주노총 사무금융연맹 정책국장 출신으로 대선 때 김영대 대통령노동특보와 대통령직속 노사개혁 태스크포스팀장인 박태주씨와 함께 노 후보를 적극 도운 정종승씨가 발탁됐다.

김두관(金斗官) 행정자치부 장관의 경우 인권운동가 출신으로 노 후보 선대위 전략기획부국장 출신인 박래군씨를 포함해 3명의 정책보좌관을 뒀다. 김화중(金花中) 보건복지부 장관은 김한길 의원 비서관과 자신의 비서관을 지냈던 강선중씨를 정책보좌관에 임명했다. 정통 관료 출신인 김진표(金振杓) 재정경제부 장관은 노 대통령 386 참모 출신으로 청와대 국정상황실에서 근무한 전재수씨를 정책보좌관으로 내정했고 박봉흠(朴奉欽) 기획예산처 장관과 윤진식(尹鎭植) 산업자원부 장관도 대통령과 ‘코드가 맞는’ 정치권 출신을 정책보좌관으로 내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책보좌관 역할 논란 및 부처 반응=정책보좌관에 정책전문가보다는 정치권 출신 인사가 상당수 내정되면서 각 부처에서는 이들을 ‘대통령의 사람들’로 부를 정도로 전형적인 논공행상 인사로 간주하는 분위기다. 청와대가 각 부처를 장악하려는 인적 포석이라는 지적이다.

재경부의 한 간부는 “항상 언론의 감시 대상이 되고 있는데다 감사원이 업무 감사를 하고 국가정보원 직원까지 부처에서 일어나는 사안들을 일일이 수집해가는 마당에 또 한 명의 ‘시어머니’가 와서 무슨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노동운동 출신의 정책보좌관을 두게 된 노동부에서는 “최근 노동정책이 ‘친노동자적’이라는 오해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의 목소리가 커지면 국민은 더욱 ‘색안경’을 끼고 볼 것 같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행자부 내에서는 “이미 일부 정책보좌관이 인사에까지 간여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이들이 공식 라인을 제치고 큰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장관과 임기를 함께하면서 정책조언뿐 아니라 대통령의 뜻도 전할 수 있을 것”이라며 “청와대와 정부의 정책공조가 잘 되도록 하는 윤활유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관정책보좌관 내정 현황
부처정책보좌관 주요 경력
재정경제부전재수청와대 국정상황실 행정관, 노무현 대통령 참모, 민주당 박인상 의원 보좌관
해양수산부윤후덕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경제1분과 전문위원, 민주당 선대위 부대변인, 김원길 의원 보좌관
외교통상부박종문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 대통령직인수위 국민참여센터 부본부장, 노 후보 언론특보
정보통신부최수만민주당 정책위원회 전문위원
노동부고성범한나라당 서상섭 의원 보좌관, 대통령직인수위 권기홍 사회문화분과 간사 자문역
정종승민주노총 사무금융연맹 정책국장, 대선 때 노 후보 지지모임 활동
법무부이병래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 출신, 사시 37회, 법무법인 지평소속 변호사
환경부 양상현녹색환경운동모임 이사, 민주화운동청년연합 정책연구위원, 월간 ‘정세연구’ 편집부장, 한명숙 여성부장관 비서관
행정자치부박동완남해신문 편집국장, 남해군수 비서실장, 행자부장관 비서실장
박래군인권운동가, 사단법인 나눔문화연구소 이사, 노 후보 선대위 전략기획부국장
임성원현덕경영연구소장, 한국생산성본부 경영컨설팅사업부, 롯데그룹 기획조정실
농림부황인기김영진 의원 보좌관
강성만김영진 의원 보좌관
문화관광부이영진민족예술인총연합 문화정책연구소장, 전남매일신문 사장, 문화부 문화행정혁신위원회 위원
보건복지부강선중새천년민주당 총선기획단장실 비서관, 김한길 의원 비서관, 김화중 의원 비서관, 제2건국위 공보관실
교육인적자원부김동환 민주당 설훈 의원 보좌관
기획예산처미정정치권 출신 가능성
산업자원부미정민주당 인사 추천설
여성부미정-
통일부미정2, 3급으로 1명 선발 계획
국방부미정예비역 장성이나 군사전문가 중 1명 선발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김광현기자 kkh@donga.com

이현두기자 ruch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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