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휘부방송위원 청와대발언 파문…"즉각사퇴" vs "농담한것"

  • 입력 2003년 5월 14일 18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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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이 추천한 양휘부(梁輝夫·사진) 방송위원회 위원이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임명장 수여식에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에게 “(청와대) 자리 주인이 바뀐 듯한 생각이 든다”고 말한 것으로 14일 밝혀져 파문이 일고 있다. 민주당은 즉각 양 위원의 사퇴와 한나라당의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고, 한나라당은 “농담이었다”며 여권의 정치 공세를 비판했다.

민주당 문석호(文錫鎬) 대변인은 14일 기자회견을 갖고 “양 위원이 10일 임명장 수여식에서 사진촬영 직후 노 대통령에게 ‘사진 찍으면서 착잡한 심정이었다. 청와대 주인이 바뀐 것 같다’고 발언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이는 양 위원이 정치적 독립성을 지켜야 할 방송위원으로서 자격이 없음을 드러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양 위원은 자진 사퇴하고 무자격자를 추천한 한나라당은 대표가 직접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임명장 수여식에 참석했던 다른 방송위원과 민주당 등에 따르면 10일 오전 9시 임명장 수여식과 사진촬영 직후 노 대통령과 9명의 방송위원들은 문희상(文喜相) 대통령비서실장 등과 방송위의 정치적 독립성 강화와 방송통신위원회로의 위상 재정립 문제 등을 주제로 환담했다. 노 대통령은 주로 “같이 연구해 보자”고 말했고 한나라당이 추천한 위원들은 “마음을 열어줘 고맙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노성대(盧成大) 위원장이 노 대통령 오른쪽에 앉아 있던 양 위원에게 “한마디 하라”고 말했고, 이에 양 위원이 “대통령과 토론을 하고 싶은데 방미 등 큰일을 앞두고 있어 할 수 없는 상황인 것 같다”고 운을 뗀 뒤 문제의 발언을 했다는 것. 발언 직후 노 대통령은 별다른 언급이 없었고 노성대 위원장이 “방송위는 정치권의 대리전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해 분위기를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양 위원 발언 당시의 분위기를 놓고서는 말이 엇갈리고 있다. 이날 배석했던 청와대 관계자와 민주당 추천의 한 방송위원은 “문제의 발언 직후 아무도 웃지 않았고 분위기가 냉랭했다” “일부 위원들의 얼굴이 벌게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추천의 다른 방송위원은 “발언 직후 일부는 농담으로 받아들였고 양 위원도 웃으며 말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양 위원의 발언 내용을 당일 알고 있었으나, 한나라당이 민주당 추천의 이효성(李孝成) 위원의 부위원장 선출을 놓고 ‘날치기’라고 주장하며 방송위원의 대통령 추천 몫을 3명에서 1명으로 줄이는 방송법 개정안을 다시 제출하겠다고 나서자 이날 ‘맞불 놓기’ 차원에서 이 발언을 공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승헌기자 ddr@donga.com

▼양휘부위원 "대통령에게 농담도 못하나"▼

양휘부 위원은 민주당의 위원직 사퇴 요구에 대해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 같다”고 반발했다.

양 위원은 “민주국가에서 대통령에게 농담도 할 수 있는 것 아니냐. 대통령을 모독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고 해명하면서도 “민주당이 며칠이나 지나 내 발언을 문제 삼는 걸 보니 또 다른 ‘방송 길들이기’가 시작된 것 같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대화 중에 “방송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대통령이 개입해선 안된다”면서도 “대통령으로서 필요할 때 필요한 만큼의 의견은 낼 수도 있다. 의견을 내거든 경청해 달라”고 말했다는 것. 이는 대통령이 필요하면 개입할 수도 있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어 ‘내심 불편했다’는 게 양 위원의 설명이다.

이어 노 대통령과 메이저 언론간의 관계에 대한 대화가 오간 뒤 노성대 위원이 “양 위원도 한마디 하시라”고 해 ‘농담’을 했다는 것이다.

양 위원은 “사진을 찍을 때도 노 대통령이 ‘KBS에 있었죠? 축하드린다’고 했고, 헤어질 때도 웃으며 인사했다”며 당시 자신의 발언에 노 대통령이 개의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또 11일 ‘방송위 부위원장 날치기’ 항의 기자간담회를 한나라당사에서 가진 데 대해 “10일 오후부터 너무 많은 기자들에게 전화가 왔고 방송회관은 들어갈 수도 없는 상황이어서 당 기자실로 간 것뿐”이라고 해명했다.

이종훈기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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