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권희의 월가리포트]盧 잇단 러브콜 "이젠 행동으로"

  • 입력 2003년 5월 14일 18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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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인 11일 뉴욕에 도착한 노무현 대통령은 방미 일정의 시작으로 12일 오전 뉴욕증권거래소를 방문했다. 리처드 그라소 뉴욕증권거래소 이사장의 안내로 노 대통령은 오전 9시반 개장 타종을 했다. ‘땡땡땡…’하고 빠르게 10회쯤 울리는 개장 타종에 이어 형성되는 그날 첫 시세는 투자자와 중개인, 분석가 등 모두의 관심사다. 타종 행사는 130년 역사를 갖고 있다.

개장식 직전 거래소의 시세판은 ‘한국의 노무현 대통령이 개장 타종을 한다’고 안내했다. 그라소 이사장이 노 대통령을 소개하자 거래원들은 박수로 환영했다. 타종식 장면은 경제 관련 TV 등이 늘 현장에서 비춰준다. 개장식에 참석한 것으로 세계 자본시장의 핵심부에 노 대통령이 소개되는 효과가 있다. 뉴욕증권거래소 개장 및 폐장 타종은 평소엔 상장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이 한다.

노 대통령은 그라소 이사장과의 간담회에서 “미국인들이 한국에 투자를 더 늘릴 수 있도록 한국시장에 관해 충고를 해주면 이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겠다”고 약속했다고 수행 관계자들이 전했다. 노 대통령은 또 자신이 재계에 거부감을 가진 정치인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번 방문에 지도적인 기업가 31명, 금융계 대표인사 4명이 수행해서 방미를 돕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것을 미국 투자가들이 안도할 수 있는 증거로 받아들일 수 있지 않느냐고 그는 덧붙였다.

오찬간담회에서 로버트 루빈 시티그룹 회장(전 미 재무장관) 등 미국 금융계 인사 11명은 노 대통령에게 남북관계 전망과 미국 일본 중국 등의 태도, 한국 경제정책의 일관성 문제, 앞으로의 지속성장 가능성 등을 관심 있게 물었다. 12일 저녁 코리아 소사이어티 주최로 열린 만찬행사에 참석한 월가 사람들 역시 북한 핵문제, 한미관계 등을 궁금해 했다. 한 투자자는 “SK사태 이후 한국정부가 대기업에 대해 조사하지 않겠다고 밝혔느냐”고 물으면서 “그런 게 확인되기 전에는 한국증시에 대한 투자를 늘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월가 사람들이 갖고 있는 한국에 대한 궁금증은 여전히 풀리지 않은 상황이다. “첫 미국 방문 길에 오른 노 대통령의 얼굴만으로는 시원스러운 해답이 되지 않는다”는 한 투자자의 말이 현실을 보여준다. 노 대통령의 워싱턴 일정에서는 이 문제들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해답이 제시돼야 한다.

뉴욕=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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