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對北송금 진실게임]과연 얼마냐? 열쇠는 누가?

  • 입력 2003년 4월 21일 18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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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송금 관련 특검이 본격 가동되고 있는 가운데 ‘현대그룹이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을 전후해 북한에 비밀리에 보낸 자금규모가 5억달러를 훨씬 웃돈다’는 주장이 일부 언론보도에서 나오고 있다. 당초 5억달러로 알려졌으나 사실은 8억달러라는 내용이다. 현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고 부인했다. 대북송금 전모의 열쇠를 쥐고 있는 정몽헌(鄭夢憲) 회장과 김윤규(金潤圭) 현대아산 사장, 이익치(李益治) 전 현대증권 회장 등 관련 당사자들은 여전히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대북송금 규모 얼마나 되나=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이 2월 시인한 대북송금 규모는 총 5억달러. 이 중 북한에 송금된 사실이 확인된 것은 현대상선의 산업은행 대출금 2억달러뿐이다. 현대전자가 현대건설 중동 현지법인(알카파지)에 보낸 1억달러 등 1억5000만달러와 현대건설이 마카오 북한계좌로 보낸 것으로 알려진 1억5000만달러 등 3억달러는 현대와 정부 모두 사실확인을 거부한 상태다.

그러나 현대가 대북 독점사업권의 대가로 5억달러보다 많은 돈을 건넸을 것이라는 주장은 진작부터 제기됐었다. 중앙일보는 21일자 보도에서 현대그룹 고위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현대상선이 2000년 6월 미국 현지법인인 미주본부를 통해 3억달러를 북한에 더 보냈다”고 밝혔다. 월간조선 5월호는 정몽헌 회장 친척의 말을 인용해 “당시 현대그룹은 5억달러가 아닌 8억달러를 북한에 보냈다. 송금 경로는 현대계열사의 유럽 법인이다”라고 전했다. 한편 대북교류 민간사업자 A씨는 “북한에 건네진 돈은 현물 5억달러, 현금 5억달러 등 모두 10억달러에 이른다”며 “현금 및 현물 제공은 98년부터 꾸준히 계속됐으며, 이는 98∼99년 현금 흐름을 추적해 보면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대북송금 열쇠는 누가 쥐고 있나=과거 현대그룹 구조조정본부 관계자는 “대북송금은 정몽헌 회장(총지휘), 김윤규 현대아산 사장(집행),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자금조달) 세 명의 합작품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2000년 초 ‘왕자의 난’에서 승리한 정몽헌 회장 계열이 대북사업 주도권을 쥐면서 DJ정권의 협력하에 대북송금을 진두지휘했다는 것.

현대상선은 자금난에 빠진 현대건설에 이어 대북송금 총대를 멨지만 당시 김충식(金忠植) 현대상선 사장은 “현대(정몽헌 계열)에서 그나마 장사가 되는 게 상선인데 이렇게 막무가내로 지원하면 상선도 죽는다”며 반발했다.

▽현대상선의 해명=현대상선측은 “당시 재무 회계라인에 있던 임직원들을 상대로 확인해본 결과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고 주장했다. 미주법인의 매출은 미주발(發) 운임 중 화주가 미주법인에 대금을 결제하는 경우와 운송수수료만 잡게 돼 있어 3억달러를 빼돌릴 만큼 큰 액수가 아니라는 것. 실제로 현대상선의 2000년 결산보고서에서 미주법인의 매출액은 총 1억9102만달러. 이는 2001년의 1억8468만달러, 2002년의 1억8422만달러와 비교해 큰 차이가 없는 액수다.

이강운기자 kwoon90@donga.com

이명재기자 mjlee@donga.com

배극인기자 bae2150@donga.com

▼한나라 "장사꾼이 수억달러 先金 주겠나"▼

한나라당은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현대상선 미주본부에서도 3억달러 이상을 북한에 보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에 대해 “이번 3억달러를 합치면 드러난 대북송금액만 8억달러나 되고 실제 송금액이 10억달러가 넘을 것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며 특검의 철저한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박종희(朴鍾熙) 대변인은 21일 논평에서 “장사를 하는 현대가 계약을 체결하기도 전에 10억달러 가까운 돈을 북한에 선금으로 주었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김대중(金大中) 정부와 현대가 ‘누이 좋고 매부 좋고’식으로 담합해 퍼준 것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 대변인은 “수십조원의 공적자금을 지원받은 현대의 돈은 국민의 혈세나 마찬가지”라며 “특검은 송금 규모나 편법지원 등에 대한 조사 외에도 차제에 정상회담과 현대의 공적자금 지원의 상관성에 대해서도 조사를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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