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北 핵폐기' 압박 전략]경제지원 韓-日참여후 본격논의

  • 입력 2003년 4월 18일 18시 37분


미국 정부 고위인사들이 북한 미국 중국 3자회담을 앞두고 북한의 핵개발 계획을 검증 가능한 방식으로 영구히 폐기시키겠다는 입장을 잇달아 밝히고 있다. 하지만 3자회담에서 북한의 핵 폐기 합의가 이뤄질지는 불투명하다.

오히려 미국으로서는 반드시 3자회담에서 북한의 핵 폐기를 성사시키기보다는 핵 폐기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기틀을 잡는 데 주력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주한 미 대사관의 한 고위 외교소식통은 18일 “미국의 최종 목표는 3자냐 4자냐 등 참여국가의 수와 상관없이 다자대화의 틀 속에서 신뢰할 수 있고, 검증 가능한 방식으로 영구히 북핵 위협을 제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드시 3자회담 단계에서 핵 폐기를 이끌어내겠다는 목표는 아니고, 시간이 걸리거나 참여국이 늘어나 4자나 6자회담이 되더라도 핵 폐기를 달성하면 된다는 뜻인 셈이다.

이는 한국과 일본이 참여하지 않은 3자회담 자리에서는 대북 경제지원을 포함한 ‘과감한 접근(bold approach)’ 조치를 협의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도 보인다.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이 “미국은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막기 위해 북한에 지불할 대가가 없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된다.

문제는 이 같은 미국측 구상이 북한의 호응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 여부다. 북한이 생존과 직결된 문제라고 판단하는 핵무기와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WMD) 개발을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이 때문에 핵 폐기와 북한 체제보장 문제를 동시에 협의하는 방식으로 3자회담을 진행할 수 있다는 카드를 제시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미국은 그동안 선(先)핵 폐기 후(後)대화→선핵 폐기 의사 표명 후대화→다자대화 필요 등으로 입장을 바꿔 왔다. 따라서 다자대화가 성사된 현 시점에 핵 폐기와 체제보장 문제를 병행하는 방식으로 협의하지 못할 이유도 없다는 관측이다. 게다가 북한도 불가침조약 체결 등 미국이 체제보장을 해줄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고, 한동안 핵 문제와 불가침조약 체결 문제를 동시에 논의하자는 입장을 밝혀왔기 때문에 이 같은 요구를 수용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다만 3자회담에서 두 가지 문제만 다루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핵 폐기 문제가 윤곽을 잡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미 대사관의 한 외교소식통은 “이번 3자회담에서는 참여자가 원하는 모든 문제를 제기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미국은 3자회담에서 제기되는 문제들에 대해 적절히 반응할 것”이라며 핵 해결의 시간표가 어느 정도 만들어져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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