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4 재보선 3곳 첫 합동연설]"독재 막자" "개혁 힘보태자"

  • 입력 2003년 4월 13일 18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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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서울 양천을 국회의원 재선거 합동연설회가 열린 양천구 양서중학교에서 유권자들이 더위를 피해 양산과 신문지 모자를 쓰고 후보자들의 유세를 듣고 있다. -서영수기자
13일 서울 양천을 국회의원 재선거 합동연설회가 열린 양천구 양서중학교에서 유권자들이 더위를 피해 양산과 신문지 모자를 쓰고 후보자들의 유세를 듣고 있다. -서영수기자
《일요일인 13일 오후 서울 양천을과 경기 고양 덕양갑, 의정부에서는 4·24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후보자들의 첫 합동연설회가 일제히 열렸다. 이날 유세에서 민주당과 개혁국민정당은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개혁 작업에 힘을 보태 달라”고 호소했고, 한나라당은 “강한 야당을 만들어 개혁독재를 막자”고 맞섰다. 한나라당은 의정부 우세, 덕양갑 박빙, 양천을은 혼전 속 추격으로, 민주당은 양천을은 우세, 의정부는 박빙 속의 우세로 초반 판세를 분석하고 있다. 개혁국민정당은 덕양갑 우세를 주장한다. 》

▼서울 양천을▼

700여명이 청중이 참석한 가운데 이날 오후 서울 양천구 양서중학교에서 열린 양천을 국회의원 재·보선 첫 합동유세.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4·24 재·보선 세 곳 중 이곳 선거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서울지역 표심의 척도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해 당 중진들을 대거 투입해 대선을 방불케 하는 ‘총력전’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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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노당-사민당 득표율 신경전

한나라당은 최병렬(崔秉烈) 김덕룡(金德龍) 이재오(李在五) 홍사덕(洪思德) 김기배(金杞培) 의원 등 중진의원들이 대거 유세지원에 나섰다. 민주당 역시 정대철(鄭大哲) 대표를 비롯해 배기선(裵基善) 김명섭(金明燮) 김희선(金希宣) 의원 등이 운동장을 누비며 지지를 호소했다. 유세의 초점은 역시 노무현 정부의 개혁정책을 둘러싼 공방.

한나라당 오경훈(吳慶勳) 후보는 “불안한 개혁을 저지하기 위해서는 정권 초기에 바로잡아야 한다”며 노 정부를 견제하기 위해 자신을 지지해달라고 말했다. 민주당 양재호(梁在鎬) 후보는 ‘양천의 노무현’이란 슬로건을 내걸고 “참여정부 국정개혁에 힘을 실어 달라”고 호소했다.

민노당 민동원(閔東源) 후보는 “민생을 외면하는 부자들의 정당인 한나라당과 민주당에 맞설 유일한 후보”라며 차별화를 시도했다.

양천을은 서민층이 밀집해 있는 지역으로 충청 및 호남 출신 비중이 유권자들의 60%가 넘는다. 한나라당이 충청표심을 겨냥해 충남 보령 출신 김용환(金龍煥) 의원을 선대위원장으로 내세우고 민주당이 호남 출신 유권자 공략을 위해 김원기(金元基) 상임고문을 선대위원장으로 투입한 것도 이 때문이다.

초반 판세는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혼전양상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경기 고양 덕양갑▼

한나라당 이국헌(李國憲) 후보, 민주당과의 연합후보인 개혁국민정당 유시민(柳時敏) 후보의 양자 대결로 압축되고 있는 경기 고양시 덕양갑 지역은 초반부터 백중세를 보이고 있다.. 이 지역에서 15대 의원을 지낸 이 후보의 ‘조직’과 시사프로그램 진행으로 얼굴을 알린 유 후보의 ‘바람’이 대결하는 형세다.

이날 오후 덕양구 원당초등학교에서 1000여명의 유권자가 참석한 가운데 열린 첫 합동연설회에서는 두 후보의 전략이 그대로 드러냈다.

이 후보는 “노무현 정부 40일이 4년 같다는 사람이 많다”며 “노무현 정부는 왜 이렇게 미숙하고 불안하며 우리를 위태롭게 하는 것인가”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유 후보 지원을 위해 연설회장을 찾은 민주당 한광옥(韓光玉) 최고위원, 정동영(鄭東泳) 의원 등을 가리키며 “후보를 못낸 민주당 인사들이 이 자리에 왜 왔느냐”며 개혁당과의 연합공천을 비판했다.

이에 유 후보는 “개혁세력간의 연합공천이 뭐가 잘못이냐. 그렇다면 계속 지역정치 하란 말이냐”며 “민주당-개혁당 연합공천은 새로운 정치질서를 만들기 위한 당연한 정치적 연대”라고 맞받았다. 유 후보는 또 “지난해 대선에서 노 대통령 만드는 데 앞장섰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유세 후 이 후보측은 “자체 조사 결과 적극적인 투표 의지를 갖고 있는 유권자들 사이에서는 앞서고 있다”며 노무현 정부의 실정 알리기 등을 통한 50, 60대 유권자 공략을 강조했다. 유 후보측은 “김원웅(金元雄) 개혁당 대표와 민주당 정동영 의원이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아 바닥을 훑고 있는 만큼 이 후보와의 격차를 벌릴 것”이라고 장담했다.

▼경기 의정부시▼

이날 경기 의정부시 서(西)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열린 의정부 합동연설회장에는 1000여명의 유권자가 모였다. 의정부 선관위측은 “2000년 4·13 총선 때보다 많이 온 것 같다”고 말했다. 초반 선거전은 한나라당 홍문종(洪文鐘) 후보, 민주당 강성종(康聖鐘) 후보, 개혁국민정당 허인규(許仁奎) 후보가 ‘2강1중’ 구도를 이루고 있다.

처음 마이크를 잡은 허 후보는 ‘노무현 적자론’을 앞세웠다. 그는 “노 대통령의 개혁을 이어받아 완수할 후보는 허인규 하나뿐이다”며 “국회로 보내주면 정치개혁을 위해 ‘사고’를 치겠다”고 목청을 높였다.

홍 후보는 나라종금 수사, 이라크전 파병에 따른 혼란 등을 거론하면서 “성공한 대통령을 보고 싶으면 나를 당선시켜서 옐로(경고)카드를 보내야 한다”고 호소했다. 15대 의원을 지낸 그는 “1년 남은 국회에 정치 신인을 보내면 의정부엔 국회의원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는 한나라당→민주당→한나라당으로 당적을 바꾼 데 대해 “정치실험을 했지만 (철새라고) 지적하신다면 입이 10개라도 할 말이 없다”고 사과했다.

민주노동당 목영대(睦榮大) 후보는 “행복하십니까, 살림살이가 좀 나아지셨습니까”라는 소속당 권영길(權永吉) 대표의 유행어로 자기 알리기를 시도했다.

마지막으로 나선 강 후보는 “대통령이 선택한 민주당 후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집권 민주당이 의석수 부족으로 대통령의 개혁을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며 “30대 젊은 일꾼이 국회에서 의정부를 위해 일하도록 해 달라”고 호소했다.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이승헌기자 ddr@donga.com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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