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언론개혁 정부가 깃발들면 안돼”

  • 입력 2003년 4월 4일 23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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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는 4일 오후 출입기자들에게 비서실 건물을 공개하고, 경내에 있는 녹지원 뜰에서 수석비서관 및 보좌관들과 기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만찬을 가졌다.

문희상(文喜相) 대통령비서실장 초청으로 이뤄진 이날 만찬은 비서실 출입제한조치 때문에 새 출입기자들 간에 ‘청와대가 도대체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겠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자 이뤄진 것. 마침 이날은 문 실장의 58회 생일이기도 했다.

비서실측은 만찬에 앞서 오후 5시부터 1시간 동안 모든 업무공간을 기자들에게 공개했다.

특히 이날 만찬 모임에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잠시 들러 언론 문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히고 협조를 부탁했다.

노 대통령은 “언론 문제를 제대로 하려면 근본적인 정책을 내놔야지, 쩨쩨하게 기자실을 어쩌니, 오보를 어쩌니 해서 되겠느냐고 주변에서 책망도 한다”면서 “(그런 지적을) 받아들일 수도 있지만 큰 틀에서 언론 문제를 제기할 계제가 아니고, 전선(戰線)을 확대할 일도 아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또 “언론개혁에 정부가 앞장서는 것이 과연 적절한지에 대해서는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면서 “언론과 국민 스스로 시대의 기운처럼 일어나야지, 정부가 깃발을 드는 것도 옳지 않다”면서 언론의 자율적인 개혁을 주문했다. 대통령은 이어 “언론에 대해 긴장되더라도 뭔가 합리적인 관계를 만들어가려는 조그만 노력을 평가해주고, 여러분이 불편을 겪더라도 도와주자는 기분으로 애정을 가져달라”고 협조를 요청하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인사말 말미에 “소주 한 잔 먹고 두어 건 실수를 해야 하는데, 사실 그게 내 취미인데, 오늘은 그냥 가겠다”고 말해 좌중에 웃음이 터져 나왔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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