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통령 손에 ‘꽉 쥐인’ 검찰이라면

  • 입력 2003년 3월 13일 18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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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한나라당 지도부와 만난 자리에서 “검찰은 이번에 꽉 쥐었는데”라고 말한 것이 논란을 빚고 있다. 물론 검찰개혁에 대한 검사들의 집단반발을 무마하고 진정시켰다는 뜻으로 이해하고 싶지만 표현이 너무 강해 검찰을 꼼짝할 수 없도록 제압하고 장악했다는 뜻으로 해석될 여지도 있다.

그게 실언인지 아니면 대통령의 검찰을 보는 기본인식에서 기인한 발언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차츰 안정을 찾아가고 있는 검찰이 이 말 때문에, 비록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더라도 불필요한 자극을 받을 것만은 분명하다. “검사들이 작전을 잘못 짜서 기회를 놓친 것 같다”는 얘기도 마찬가지다. 개혁의 대상을 싸워서 물리쳐야 할 적 정도로 간주하는 듯한 발언은 적절치 않다.

대통령과 검찰이 너무 가까워도 안 되지만 서로를 작전대상으로 여기면서 대립하거나 굴복시키려 한다는 인상을 주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그것은 검찰개혁의 목표인 정치적 중립 문제와는 또 다른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 양대 권력의 힘 겨루기는 불필요하게 긴장을 고조시켜 사회적 활력을 저해할 가능성이 크다.

이 같은 우려가 기우에 그치길 바란다. 검찰과 부당내부거래를 하지 않겠다는 노 대통령의 약속도 지켜지기를 바란다. 그러나 ‘손안의 검찰’과 과연 공정거래가 이뤄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오히려 암묵적인 내부거래가 성행할 위험이 있다. 따라서 노 대통령이 이젠 손에 힘을 빼고 검찰을 마음으로 풀어줘야 한다. 상황에 따라 변화가 많은 권력의 선의(善意)에 의해서가 아니라 안정적 제도에 의한 검찰의 자율적 개혁이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은 이를 위해 검찰인사위원회의 심의기구화 약속부터 조속히 이행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유창종 전 서울지검장의 말처럼 ‘승진의 유혹을 견디지 못하고 정치권 주변을 기웃거리는 비겁한 검사들’이 다시 양산될 수 있다. 검찰개혁은 궁극적으로 검찰 손에 쥐어주는 게 합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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