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이슈]검찰 "對北송금 수사유보"…특검법안 통과되자 "직접수사"

  • 입력 2003년 2월 27일 18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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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상선의 대북 송금 의혹 사건에 대해 수사유보 의견을 냈던 검찰 수사팀이 특별검사가 이 사건을 수사하는 게 적절치 않다는 의견을 표명해 파장이 예상된다.

서울지검 형사9부(이인규·李仁圭 부장검사)는 27일 유창종(柳昌宗) 서울지검장에게 “특검 수사는 재고돼야 하며 검찰이 직접 수사를 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이 같은 검찰 수사팀의 의견은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특검 법안 수용 여부에 어떤 식으로든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또 정치권에서는 검찰이 여권과 사전 교감을 갖고 이런 의견을 내놓은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 부장검사는 이날 오전 형사9부 소속 검사 5명과 회의를 거쳐 특검 수사가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모았으며 검찰 수뇌부나 외부 인사와 의견 조율은 결코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부장검사는 “검찰은 국회가 조사를 한 뒤 수사가 필요하다고 결정하면 수사에 나설 방침으로 수사유보 결정을 했는데 국회의 조율 없이 특검 수사가 결정됐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또 “영속적으로 유지되는 검찰 조직과 달리 특검은 한시적으로 운영돼 책임 문제를 등한시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남북 및 국제관계 등과 관련돼 국익에 직결되는 사안을 다룰 이번 사건을 수사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특검 수사팀은 여러 곳에서 사람을 모아 꾸려지기 때문에 범죄와 무관하지만 국익과 직결되는 수사 내용이 외부로 유출될 가능성도 높다”고 우려했다.

박영수(朴英洙) 서울지검 2차장도 “수사팀이 노 대통령에게 특검 법안 거부를 요청한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게 봐도 된다”고 대답했다.

박 차장은 또 “수사를 할 때 국익을 위해 덮을 것은 덮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반면 검찰 수뇌부는 수사팀과 상반되는 의견을 표명했다.

유 서울지검장은 “수사팀에 ‘대통령이 여러 의견을 취합해 결정할 일인데 검찰에서 이렇다 저렇다 의견을 내는 게 옳지 않다’고 말했다”며 “검찰총장에게 수사팀의 의견을 전달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대검도 공보관을 통해 “검찰은 국회의 의견을 존중하며 검찰이 수사를 재개할 계획이 없다”며 수사팀의 의견과 배치되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이와 관련해 정치권에서는 검찰이 교묘한 책임 분리 작전을 펼치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의견 표명에 따른 책임이 적은 수사팀이 강력하게 특검을 반대하고 수뇌부는 외견상 이를 다독거리며 한 발을 빼는 방식이라는 것.

또 검찰 내부에서도 수사팀이 지나친 행동을 했다는 비난이 나오고 있다. 서울지검의 한 간부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을 특검이 수사하면 검찰의 정치적인 중립이 보장되는 것 아니냐”며 “국회의 결정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것도 지나친 처사”라고 말했다.

이태훈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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