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동신문, 김정일의 '인생고백' 실어 눈길

  • 입력 2003년 2월 18일 14시 03분


북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이 "인민의 생활고를 해소하지 못해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있다"고 고백한 내용을 이례적으로 조선노동당 기관지 로동신문이 게재해 주목을 끌고 있다. 2월 8일자 로동신문은 김 위원장이 '이제까지 마음 속에 담고 지내온 인생고백'을 해 사람들의 눈물을 자아내게 하고 있다고 지난해 9월 병사들 앞에서 행한 발언 내용을 전했다.

18일 일본의 북한전문통신사인 라디오프레스를 통해 입수한 로동신문 기사 '정론'의 주요 내용을 소개한다. 한글기사를 일본어로 번역한 내용을 북한식 표기로 재번역한 것이어서 원문과는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나는 수령님(고 김일성 주석)께 맹세한 전사이다. 아직까지도 인민의 생활은 곤란하고 수령님의 뜻을 관철할 수 없는 탓에 나는 편하게 쉬고 싶어도 쉬지 못하고, 자고 싶어도 잘 수 없는 몸이다. 조선을 세계 속의 높은 자리로 끌어올려 인민이 모두 편하게 살 수 있게 되었을 때에야 나도 푹 쉬려고 생각한다" 작년 9월 5일 이제까지 마음 속에 담고 지내온 인생 고백을 전사들 앞에서 행하신 장군님의 이 말씀은 왜 이다지 사람들의 눈물을 자아내게 하는 것일까.

▽위대한 장군님은 해외에서 찾아온 동포에 대해 "여러분은 불빛이 사라진 거리를 보며 많은 생각을 할 것이다. 이 속에서도 우리 인민은 일을 하고, 휴식을 취하고, 노래를 부르고, 사랑도 한다"며 다음과 같이 말씀했다. "자본주의 번화가는 아무리 화려하더라도 그 속에는 미래가 없다. 그러나 우리는 오늘 힘든 일이 있다해도 내일에 대한 희망이 있다. 우리는 일시적인 번화가가 아니라 영원한 번화가를 건설하려고 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결코 헛된 행복을 부러워하지 않는다. 오늘은 다른 사람보다 충분히 먹는 것도, 입는 것도 불가능해 힘든 생활을 보내고 있지만 우리는 다른 민족보다 고개를 더 높이 쳐들고 최고의 자주권을 행사하고 있으며 이전 세대의 사람들이나 후손, 어느 시대의 주인공들 보다도 당당하고 자랑도 높다.

▽"너 죽고 나 죽기 식으로 싸운다는 말은 조선인의 기질을 잘 보여준다. 오늘날은 '너는 죽어도 나는 산다'는 것이 인민군대의 기개이자 최고사령관의 말씀이다"고 장군님(김정일 국방위원장 지칭)께서는 필승의 신념에 넘쳐 말씀하셨다.

도쿄(東京)신문은 이같은 로동신문 보도내용을 18일 전하면서 "김일성 주석은 생전에 '모든 인민이 고깃국을 먹을 수 있는 나라'를 목표로 했으나 김일성 사후 북한은 더욱 경제난이 심각해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또 김 위원장이 인민생활의 곤궁을 자책하는 듯한 발언을 로동신문에 그대로 실은 배경에 관해 "김 위원장을 중심으로 인민의 결속을 강화하려는 뜻이 담긴 것"이라고 이 신문은 풀이했다.

도쿄=조헌주특파원 hans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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