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검표, 한나라- 민주- 선관위 표정

  • 입력 2003년 1월 27일 18시 58분


27일 전국 35개 지방법원 및 지원에서 16대 대선 투표용지에 대한 재검표가 실시됐으나 당락이 뒤바뀔 만한 오류가 발견되지 않았다. 대선 당시의 전자개표 결과와 이날 실시한 80개 개표소의 수개표 결과, 후보들의 득표에 약간의 변화가 있었으나 조직적인 부정 사례나 오류는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한나라당은 28일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재검표 결과에 대한 당의 입장을 밝히기로 했다. 박종희(朴鍾熙) 대변인은 “재검표 결과를 정밀 분석한 뒤 승복 여부를 결정하겠다. 그러나 이미 정치적으로는 승복한 것 아니냐”며 승복 방침을 시사했다. 한나라당은 그러나 전자개표 방식과 수검표의 병행 실시를 통해 개표 시비 소지를 없애는 개선방안도 함께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은 이날 재검표 개시 직후 제주에서 이회창(李會昌) 후보의 표로 분류된 100장 묶음이 실제로는 130장으로 나타나는 등 이상징후가 있다는 현지 보고가 들어오자 한때 ‘혹시나’ 하는 기대감을 보이기도 했다. 한나라당은 재검표에서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후보의 표 묶음에 이회창 후보의 표가 규칙적으로 섞여 들어가는 ‘혼표’ 현상이 발견되기를 기대했으나 오후 들어서도 이런 사례가 발견되지 않자 낙담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나라당은 그러나 “전산개표의 문제점은 없었어도 표를 묶는 과정에서 올바른 관리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선거관리의 잘못을 지적했다.

○…민주당 당직자들은 재검표 결과, 득표수에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자 안도하며 가슴을 쓸어 내렸다. 문석호(文錫鎬) 대변인은 “한나라당은 재검표 요구에 따른 국가 위신 추락, 예산 낭비, 국민 기만에 대해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논평했다.

○…‘혹시나’ 하고 가슴을 졸였던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안도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중앙선관위는 이날 “재검표가 선관위와 전자개표에 대한 신뢰성을 견고하게 하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됐다”며 “4월 재·보궐선거 등 앞으로 대부분의 선거에 전자개표 방식을 확대 도입하겠다”는 요지의 보도자료를 냈다.

○…재검표 현장에서는 투표함 봉인과 무효표에 대한 한나라당 참관인들의 이의제기가 속출했지만 전자개표의 정확성을 의심할 만한 사례가 발견되지 않아 순조롭게 재검표가 진행됐다.

서울지법 4층 중회의실에서 실시된 서울 성북구 재검표에서 기호 4번으로 분류된 100장짜리 투표용지에서 기호 1번 용지 1표가 발견되자 한나라당 참관인들은 잠시 들뜬 모습을 보였으나 오후 들어 비슷한 사례가 더 이상 나오지 않자 한나라당 당원 등은 하나둘씩 자리를 뜨기 시작했다.

대선 사상 처음으로 실시된 이날 재검표에는 법원 직원들이 대부분 참여했으나 대선 재검표 경험이 없어 집계 결과가 예상보다 늦어지기도 했다.

경기 고양시 일산구, 의정부시 등 경기 도내 7개 선거구의 재검표가 실시된 서울지법 의정부지원에서는 재검표 요원들이 조심스럽게 검표를 하는 바람에 오후 5시경이면 나올 것으로 예상된 수개표 집계 결과가 밤늦게야 나오게 됐다.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윤종구기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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