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당선자, 한나라당 방문 "고건 내정자 총리인준 도와달라"

  • 입력 2003년 1월 22일 19시 09분


노무현(盧武鉉) 대통령당선자의 22일 여야 방문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이뤄졌다. 한나라당은 특히 정당사상 처음인 대통령당선자의 야당 당사 방문에 대해 “정치발전에 기여할 것”이라며 상생(相生)의 대화 정치 가능성을 연 것이라고 평가했다.

노 당선자는 오전 10시30분쯤 여의도 한나라당사에 도착해 1층 현관 앞에서 기다리던 한나라당 김용학(金龍學) 대표비서실장의 안내로 6층 대표실에 들어선 뒤 기다리던 서청원(徐淸源) 대표와 반갑게 악수했다. 다음은 대화록.

▽노 당선자=취임 이후에도 (야당에) 왔다갔다 못할 일이 아니다. 청와대로 오라고만 할 것이 아니라 (대통령이) 오는 것이 국민과 여야관계에 다 좋을 것 같다.

▽서 대표=새 정부에 흔쾌히 협조할 수 있다. 그러나 4000억원 대북비밀지원과 공적자금 비리는 풀고 가는 것이 상생의 정치에 도움이 되는 만큼 당선자가 확실한 입장을 밝혀 달라.

▽노 당선자=당선자일 뿐이라서 수사에 대해 추상적인 얘기만 할 뿐 간섭이나 지시를 못해 말하기가 조심스럽다. 취임 후에도 법무부장관에게 포괄적으로만 지시할 수 있어 한계가 있다.

▽서 대표=북한 핵 문제 때문에 국민이 불안해하고 있어 우리 당이 방미조사단을 보내 미국 내 조야(朝野)의 의견을 듣고 왔는데 당선자 대변인이 혹평을 했다.

▽노 당선자=(이낙연) 대변인이 잘못한 것이다. 한미관계에 관해 미국의 오해와 국민의 불안이 좀 있었는데 그간 많이 풀렸다. (한나라당이) 많이 도와줘 걱정이 줄어드는 것 같다.

▽서 대표=중·대선거구제는 이상한 방향으로 가는 것 같다. 이는 정치권에 맡겨달라.

▽노 당선자=정계개편은 오래 전부터 말로만 했는데, 대통령이 되니까 이런저런 말도 못하고 의심받을 일이 많다. 정치에 깊이 개입하지 않고 바라보겠다. (정계개편을 할) 의지도 힘도 없다. 과거 정계개편 얘기할 때 서 대표님은 우리 편으로 생각했다(웃음). 국무총리 (인사청문회와 임명동의안 처리) 문제는 도와 달라. (고건 총리후보는) 한나라당과 청문회 분위기를 고려해 고른 분이다. 완전한 노무현 컬러보다는 낫다는 생각이다.

서 대표가 특히 “서민경제가 심각하다. 불안심리를 없애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우려를 나타내자 노 당선자는 “고민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한편 노 당선자는 이날 서 대표에게 국가정보원장 검찰총장 국세청장 경찰청장 등 ‘빅4’ 인선과 관련해 “검찰총장은 법에 따라 임기를 존중하되 임기 중이라도 정치권이 정해주는 대로 청문회를 하겠다”며 “인사청문회법이 통과되면 적어도 한나라당이 불신하는 사람은 임명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검찰총장을 제외한) 나머지 3명은 업무파악을 할 때까지는 (자리에) 두되 연임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고 밝혀 취임 이후 검찰총장을 제외한 3개 기관장에 대한 인사를 단행할 것임을 시사했다.

이어 민주당사를 방문한 노 당선자는 “우리 집에 온 것 같다”며 “미국에서는 대통령이 일반 의원들과 자주 통화하고 만나는 것 같다. 정책 토론, 정책 비판 쪽으로 가고 감정적 대결은 할 수 없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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