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당선자, 집으로 걸려온 기자 취재 안 받을 것

  • 입력 2003년 1월 14일 02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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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盧武鉉) 대통령당선자는 13일 오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간사 회의를 주재하면서 “앞으론 기자들의 전화취재에 응하지 않겠다”는 ‘이색 선언’을 했다.

노 당선자의 발언은 전날 인수위를 취재하는 SBS 정치부의 한 기자가 노 당선자 자택으로 전화를 걸어온 데 대한 해명이었다.

SBS측에 따르면 이 기자는 당선자의 일요일 일정을 묻기 위해 당선자 자택으로 전화를 걸었다. 기자는 “여보세요”라며 전화를 받는 남자를 수행비서로 생각하고 “거기 노무현 당선자 댁이죠”라고 물었다. 그때 귀에 익은 목소리로 돌아온 대답은 “네, 제가 노무현인데요.”

집안 일을 돕는 사람을 고용하지 않고 지내는 노 당선자가 마침 수행비서마저 출근하지 않은 일요일 오전에 자택에서 휴식을 취하다가 직접 전화를 받았던 것이다.

기자는 할말을 잃고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그러나 잠시 후 결례라고 생각하고 다시 전화를 걸었고, 다시 전화를 받은 당선자에게 사과를 했다.

이어 신임 총리의 인선 기준이 안정감 있는 총리인지, 개혁성 있는 총리인지 등을 물었다.

노 당선자는 아침 회의에서 “집에 사람이 없어 직접 수화기를 들었는데 기자 전화였다. 새로운 정보에 대한 취재가 아니라면 인사 정도 할까 해서 대화를 나눴다”며 “(공평한 취재기회를 준다는) 규칙을 지키지 못해 미안하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론 야박하다 싶더라도 누구 전화는 받고 안 받고 할 수가 없다”며 “형평성을 위해 기자의 직접 전화취재는 거부하겠다”고 덧붙였다.

곁에 있던 임채정(林采正) 인수위원장도 “기자가 대통령 당선자 자택으로 전화를 걸어 취재하는 것은 지나친 것 같다”며 취재기자단에 ‘자율 규제’를 요청했다.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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