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김정일, 주민 굶주리게 하는 사람"

  • 입력 2003년 1월 3일 18시 43분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2일 겨울 휴가를 보내고 있는 텍사스주 크로포드 목장에서 기자들과 함께 산책하면서  북한  핵 위기와 이라크 문제에 대해 말하고 있다. -크로포드〓로이터 뉴시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2일 겨울 휴가를 보내고 있는 텍사스주 크로포드 목장에서 기자들과 함께 산책하면서 북한 핵 위기와 이라크 문제에 대해 말하고 있다. -크로포드〓로이터 뉴시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2일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을 ‘국민을 굶주리게 하는 사람’이라고 비난함으로써 미국의 대(對) 북한 외교 기조가 바뀌지 않았음을 확인시켜줬다.

자신이 소유한 크로포드 목장에서 겨울 휴가를 보내고 있는 부시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과 함께 산책하면서 이같이 말하고 북한 주민에 대해서는 “큰 동정을 느낀다”고 말했다. 북한의 정권과 주민을 분리하는 두 가닥의 접근법을 분명히 한 것.

이날 미 국무부는 북한 주민에 대한 인도주의적 식량 지원을 계속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국민을 굶주리게 하는 사람과 대화할 수 없다는 입장 또한 분명한 것 같다. 부시 대통령이 북핵 문제에 대해 “평화적 해결을 확신한다”고 덧붙였지만 평화적 해결이 곧 북한과의 대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대화도, 전쟁도 하지 않겠다는 뜻에 가깝다.

이틀 전인 지난해 12월31일 역시 크로포드 목장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부시 대통령은 “외교적인 방법으로 (북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겠다”고 말해 대화쪽에 무게를 실었다.

뉴욕 타임스는 부시 대통령의 참모들이 그가 이 기자회견에서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정권에 대한 비판에 치우쳐 김 위원장에 대해 충분한 경고 메시지를 보내지 않은 점을 우려했다고 3일 전했다.

이에 따라 부시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이틀만에 다시 북한 문제를 언급, 김 위원장을 신랄히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전쟁도, 대화도 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북핵 문제를 풀 것인가. 부시 대통령은 한국 중국 일본 러시아와의 공조체제를 강조했다.

“그들이 (북한에) 압력을 넣고 있을지 모른다. 다만 여러분(기자들이)이 그것에 대해 모르고 있을 뿐이다.”

북한이 한중일을 제 편으로 끌어들여 미국을 고립시키고 궁극적으로 한미 동맹관계를 허물려는 전략을 구사한다면 미국도 똑같이 한중일러를 결속시켜 북한을 압박하겠다는 것.

이것이 그가 이틀 전 ‘군사적 대결(military showdown)’이 아니라 ‘외교적 대결(diplomatic showdown)’로 북핵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말의 요체다. 그래도 안 풀릴 경우는 어떻게 할 것인가. 북한의 핵시설에 대한 폭격은 검토 대상에 오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2일자 월 스트리트 저널에 인용된 미 고위관리의 말은 매우 시사적이다. 그는 “북한이 핵무기를 몇 개 더 갖는 한이 있더라도 우리는 계속 그들을 고립시킬 것이며 정권의 사멸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핵무기를 갖고 망할 것인가, 핵무기를 버리고 생존을 선택할 것인가. 미국이 북한에 보내는 일관된 메시지다.

홍은택기자 eunt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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