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개혁그룹으로부터 퇴진 요구를 받아온 한 대표는 이날 의총에서 발언에 나선 재야 출신 심재권(沈載權) 의원이 “민주당 해체를 주장한 23인의 기자회견에 분노했다. 그동안 애타게 당을 지켜온 한 대표에게 물러나라는 게 말이 되느냐”고 말하자 얼굴이 상기됐다.
한 대표는 “그만 하라”며 심 의원을 제지했지만 심 의원은 “후보단일화추진협의회 소속 의원들도 인민재판식으로 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한 대표는 오른쪽 볼에 흐르는 눈물을 손으로 닦았다.
이 직후 김태랑(金太郞) 최고위원과 후단협 이윤수(李允洙) 의원이 나서 23인 개혁파를 지칭해 “누구는 되고 안 되고 말할 자격 없다”고 공격에 가세했다.
장내가 소란스러워지자 정대철(鄭大哲) 최고위원, 김경재(金景梓) 이상수(李相洙) 의원 등 선대위 핵심들이 “비공개로 하자”고 요구했으나 의총은 잠시 뒤 흐지부지 끝났다.
이날 한광옥(韓光玉) 최고위원, 김옥두(金玉斗) 박양수(朴洋洙) 의원 등 동교동계는 의총장 뒷줄에 앉아 말없이 자리를 지켰다. 한 대표는 의총 막판에 “선거 끝나면 이런 사태가 온다”라며 씁쓸해 했다.
이승헌기자 ddr@donga.com